◎취임 넉달만에 그로미코 등 이어/처우개선 통해 외무부 장악/결정권위임 등 관료틀도 깨예브게니 프리마코프(66) 러시아 외무장관이 취임 4개월여만에 구소련의 안드레이 그로미코나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뒤를 잇는 「슈퍼 외무장관」의 계보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지는 지난달 23일 프리마코프가 보리스 옐친 정권에서 그로미코나 셰바르드나제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스몰렌스카야 플로쉬자드(외무부 청사가 있는 곳)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대외경제부의 외무부 청사 철수와 외교관의 연금인상. 그는 월 30만루블(약 4만8,000원)에 불과한 은퇴 외교관의 연금을 퇴임직전 월급의 8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대외경제부를 청사에서 쫓아내 외무부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했다. 그는 과거 대외정보국(KGB의 후신) 국장 때처럼 처우개선과 바람막이 역으로 외무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코프는 또 외무부 안팎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큰 안경에 주름진 턱으로 전형적인 구소련 관료를 연상케하지만 코지레프 전장관과는 달리 몇사람의 보좌관만을 대동한 채 국영 아에로플로트기를 타고 해외출장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많은 수행원과 전용기를 고집하던 「관료의 틀」을 깬 것이다.
그는 또 해외공관으로부터의 쓸데없는 보고를 줄이면서 결정권도 대부분 현지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현지 대사는 긴급한 전문만을 장관실로 보내고 나머지 사안은 장문의 편지나 보고서 형식으로 관련부서와 직접 협의할 수 있게 했다. 그는 해외공관이 보낸 긴급전문가운데 중요한 몇 건만을 총리실과 크렘린궁으로 보고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처리한다. 코지레프 전장관의 경우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처리 방식이다.
그의 새 바람은 과거와 달라진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우선 외교무대의 꽃인 대사자리가 더 이상 매력을 끌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러시아 외무부에는 150명의 대사들이 있는데 일부 지역의 대사감을 구하기가 아주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이나 미얀마같은 나라의 대사로 보내려면 아예 사의를 표명한다는 것. 경험이 풍부한 대사들은 수입이 좋은 경제협력 분야나 국제기구 자리를 원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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