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미래가 더 두렵다”/동식물 유전자 변이로 기형 속출/암 등 질환 만연… 농산물 오염공포/여성들 “기형아 겁나 아이 못 낳겠다”/「죽음의 땅」 음주·자살급증 “사회문제”세기 최악의 핵참사 체르노빌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지 10년이 지났지만 86년 4월26일 사고당시 피해보다 오히려 후유증이 심각하다. 방사능누출로 인한 지속적인 환경파괴와 각종 질환, 돌연변이발생등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회적 공황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95년 유엔보고서는 80만명이 피폭됐고 총 16만㎦의 지역이 오염됐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현지관계자들은 1억큐리이상 방출된 방사능으로 200만명이 각종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전체 국가예산의 20%와 12%를 각각 오염사태수습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사고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사고직후 설정된 체르노빌원전 반경 30출입금지구역은 방사능수치가 아직도 자연방사능의 70배를 넘는 「죽음의 땅」이다.
이 지역외에도 반경 60내 평야는 경작희망자가 없어, 우크라이나등의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외국공관과 상사도 오스트리아나 독일등에서 공수된 야채등을 사먹을 만큼 현지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방사능 오염공포가 여전하다.
갑상선암등 장기간 방사능노출에 따른 각종질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체르노빌폭발당시 누출된 방사능중 반감기가 33년인 세슘137, 28년인 스트론튬90등 자연소멸기가 긴 물질이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수십년간 지속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요드131 동위원소는 체내에 축적돼 95년 발병률이 사고전보다 100배 증가했다고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밝혔다.
벨로루시 모자르시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재왕절개 수술이 2.4배, 위장출혈 4배, 출산시 과다출혈로 인한 수술이 4배 증가했다. 병원 관계자는 『출산때의 이상증후는 기형아출산에 대한 스트레스와 오염된 공기와 음식에 노출돼 있는데서 오는 정신적 장애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방사능관련 암진료소에도 환자들이 몰려 3개월씩 진료조차 못받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방사능 장기노출로 자가면역결핍증 자궁근종 심근경색증 악성간질환이 현실로 나타나 우울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방사능 최대 재앙인 유전자변이로 추정되는 머리가 두개인 고양이, 보통쥐보다 100배나 몸집이 큰 슈퍼쥐, 평균보다 10배 큰 나뭇잎등도 속출,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벨로루시 방사능실험연구소의 세븐체크씨는 『인류의 한세대는 동식물보다 훨씬 길어서 체르노빌원전사고로 인한 유전자변이현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젊은 여성들에게 기형아출산 공포가 확산,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선명회등은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결혼 4년을 맞는 나타샤 미하일로비치씨(27)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기형아가 나올지 몰라 겁이 나 출산을 꺼리고 있다』고 걱정스러워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포자기에 빠진 피폭자나 시민들사이에서는 알코올중독과 자살도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90년 당시 소련 전력연구개발연구소 수석경제연구원 유리 코랴킨씨는 체르노빌사고로 2000년까지 농경지와 삼림피해및 이주민정착, 오염지역청소등에 약 2,830억∼3,58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여기에 각종 질환과 정신적 피해까지 합치면 피해액수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체르노빌참사는 컴퓨터의 이론적 모델로나 인식됐던 핵사고에 대해 원전안전대책 방사능치료등 인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지만 이에 따른 대가는 엄청나다.<키예프(우크라이나)=정덕상 기자>키예프(우크라이나)=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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