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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교육 “거꾸로 가는 세계화”/고교 「제2외국어」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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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교육 “거꾸로 가는 세계화”/고교 「제2외국어」 표류

입력
1996.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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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 반영안돼 형식적 수업/이수단위 대폭 축소 찬밥신세제2외국어 교육이 고교에서 사실상 포기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 의해 제2외국어로 지정된 언어는 불어 독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6종.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대 고려대등 6개 대학이 본고사 과목으로 제2외국어를 채택했기 때문에 명맥이 유지돼 왔으나 97학년도부터 본고사가 없어지게 돼 올들어 일선 학교에서 제2외국어는 완전히 찬밥신세가 돼버렸다. 제2외국어는 대입학력고사가 시행된 93학년도까지 시험과목에 포함돼 있었으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94학년도부터 완전히 배제됐다.

게다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6차 교육과정에서 고교의 제2외국어 이수 최소단위가 기존의 전학년 합계 8단위에서 4단위로 준 것도 제2외국어 교육을 실종시킨 요인이 됐다. 많은 고교들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2외국어 이수단위를 4단위로 줄여 푸대접하고 있다.

서울 한영고 독어담당 채수연 교사(54)는 『독어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공연하게 다른 입시과목을 공부하고 있어도 이를 제재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재 일선 고교에서의 제2외국어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2외국어교사협의회는 2일 청와대, 교육부, 교육개발위원회 등에 수능 외국어영역을 영어 70%, 제2외국어를 30%로 치르거나 영어를 포함한 모든 외국어 중 한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게하자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서울대등 국립대 인문대학장들도 모임을 갖고 수능시험에서의 제2외국어 채택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채택했다.

제2외국어 교육의 실종에 대해 적지 않은 학자들은 국제적인 경쟁과 협력의 시대를 맞아 영어권 밖의 나라들과 교류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에서 제2외국어권 문학과 어학 관련 학과들이 늘어나고 제2외국어 교사들이 양산되고 있는데도 고교에서는 제2외국어 교육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2외국어의 입시과목 포함에 대해 교육부는 제2외국어에 대한 사회적 학문적 필요성이 높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학생들의 시험부담 가중 ▲현재 수능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실업과목 등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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