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사정·빼가기 등 자신들 고사 목적 판단/“칼 뽑았으면 끝 봐야” 상당기간 공조 시사4일의 김대중·김종필총재회담은 한마디로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양김의 「선전포고」라고 볼수 있다. 91년 3당합당때는 YS와 JP가 손잡고 DJ를 따돌렸지만 이번에는 DJ와 JP가 손잡고 YS에 대항하는 형국이다. 전혀 다른 모습의 3김역학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선전포고」라는 표현은 이날 회담에서 김종필총재가 실제로 사용했던 말이다. 김대중총재도 『칼을 뽑았으니 끝을 봐야한다』고 거들었다. 두사람으로부터 발표내용을 받아적었던 국민회의 정동영·자민련 안택수대변인은 『두 총재가 합의사항을 설명하면서 죽이 척척 맞더라』고 전했다. 두 대변인은 또 『두 분의 정국인식에 전혀 이견이 없었으며 강력한 공조투쟁을 통해 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기로 완벽한 합의를 이뤘다』고 「완벽한 합의」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되지않을 경우 등원거부 등을 포함한 중대결단을 하겠다는 것은 이같은 합의의 가시적 결과이다.
두 김총재가 강도높은 공동전선 구축에 쉽게 합의한 것은 김대통령에 대한 공통적인 위기의식때문이다. 두 사람은 ▲4·11 총선과정에서 여권의 금권·관권 부정선거 ▲총선이후 검찰의 편파·표적 선거사정 ▲야당및 무소속 당선자빼가기 등으로 파악하고 있는 여권의 움직임을 자신들의 고사를 노린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같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힘을 합해 김대통령에게 정면대응하자는데 뜻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회담결과 발표에서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표현은 자제했다. 『지난번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충고를 했으나 김대통령이 안듣고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합의문 곳곳에 사실상 김대통령을 강도높게 비난하는 표현들이 발견된다.
4·11 총선에 대해 「과거 어느 정권과도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교활하고 지능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한 부분이나 여권의 당선자 영입작업을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유린하고 국민주권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행위」로 규정한 것등이 그 예다. 두 김총재는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만남을 갖고 민주발전과 국정현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이것이 권력구조개편이나 내년 대선에서 두 사람의 협력가능성을 의미한다고까지는 볼수없다해도 적어도 상당기간 김대통령에 대한 공동전선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김총재의 공조체제가 순탄하게 유지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당의 체질과 성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다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의 선거사범수사 방향이나 여권의 영입작업 등에서 변화가 있을 경우 대응방법을 놓고 두 김총재사이에 의견차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래서 두 김총재의 공조체제가 어떤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조금더 지켜봐야할 것같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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