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 인민 살리기/정일화 편집위원겸 통일연구소장(남과 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 인민 살리기/정일화 편집위원겸 통일연구소장(남과 북)

입력
1996.05.06 00:00
0 0

독재자들은 초창기에는 민중의 뜻을 세밀히 살피면서 여론에 아부도 하고 호령도 하면서 인기있는 지도자자리를 잡는데, 일단 체제가 완성되면 하부구조의 뜻은 무시해 버린다. 감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체제의 특징은 시간이 흐르면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분리되고 결국 아래위로 흐르는 맥이 끊어져 버리는 것이다. 지금 북한이 그런 상태이다.흔히 북한을 두고 평양공화국과 인민공화국의 두개의 세계로 나눠져 있는 사회라고 한다. 평양은 보통사람이 들어갈수 없는 특권지역이고 나머지는 냉대받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두개 사회의 틈이 너무 크게 벌어져 있을뿐 아니라 같은 평양내, 같은 하부구조 사회내에서도 아래위가 전혀 말이 통하지 않게 돼 있다. 상부구조에서 하부구조로 내려가는 지휘체계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신경계통이 마비된채 표류하는 거대한 리바이던(Leviathan)같은 모양이 오늘날의 북한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식량문제로부터 오고있다. 배급제도인 북한사회에서는 중앙에서 쌀이 내려오지 않으면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평양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미 1년 가까이 식량배급이 중단된 상태이고 특권층이 사는 평양에서도 요즘은 목숨을 이어갈 정도의 최소식량만 배급되고 있어 사회전체가 혼란 그 자체에 빠져 들었다.

한겨레신문의 한 북한현장 취재기가 평양의 식량난 상황을 보도한바 있지만 북한을 드나드는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의 허기진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바로 4월중에 북한을 다녀온 한 북한전문가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 북한은 1인당 1일 100의 강냉이 가루라도 공급받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1일 정량 배급량은 원래 800이었다. 정량의 8분의 1만 있으면 이걸 갖고 소나무껍질이나 나물을 뜯어 끓여 연명을 하겠다고 한다. 100도 쌀이나 보리같은 양곡이 아니고 축산용인 중국산 강냉이 가루기준인데 1달러(780원)면 이런 중국산 강냉이가루 한달치를 사 한사람을 한달간 연명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주변에 있는 유엔식량구호기금 요원들을 비롯한 사회운동가들은 1달러로 한사람을 한달간 살리기 운동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북한체제는 적어도 6개월분 이상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군량미를 풀 생각이 없고 스위스은행의 예금을 식량구입에 돌릴 계획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도무지 정부라는 이름이 붙은 체제라고도 할수 없다.

내년 농사도 이미 틀렸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홍수로 경작지가 아직 황토로 마구 덮여있는데 트랙터가 가동이 안돼 이것을 거둬낼 엄두를 못내고 있다. 강냉이파종을 손으로 한톨씩 심고 있으나 주민들이 워낙 의욕을 잃어 이것마저 제대로 해낼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김정일체제와 정상회담이나 4자회담같은 정치회담을 갖고 한반도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북한주민을 돕기에는 너무 상황이 어려워져 있다. 1달러면 한사람을 한달간 살릴수 있는 북한주민구호에 남한이 나설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