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CNC선반·머시닝센터 등 40여종 생산/첨단자동화시설 자랑… 단위공장으론 세계3위울산 공항에서 남쪽으로 30분정도 달리면 고래잡이의 본향 장생포가 보인다. 한때 포경선들로 들썩거렸을 장생포는 고래잡이가 금지된 뒤 퇴락한 어촌으로 모습이 변했다가 지금은 유공 동양나일론등 유화업체들의 굴뚝이 즐비한 공단으로 바뀌었다.
현대자동차의 수출차량을 대형 자동차수송선에 싣는 바다 건너편 항구의 분주함과는 달리 장생포는 어수선히 널려 있는 공장건설현장들로 아직 정돈이 덜 된 느낌이다. 지난해 북한으로 반출된 쌀이 처음 선적된 부두를 끼고 돌다보면 흐릿한 주변을 배경으로 양각처럼 돋보이는 새 공장건물이 나타난다.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이 정공을 맡았을 당시 특유의 결단으로 세웠다는 공작기계공장이다. 현대정공은 90년초 일본기업들이 휩쓸고 있는 공작기계분야에서 빅 3중 하나인 야마자키 마작사와 기술제휴, 공작기계분야에 뛰어들었고 91년 5월 공작기계부문의 승부를 위해 이 공장을 지었다. 공장담당 임원인 김정수상무는 『타산성이 맞지않는다는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공작계가 중심지가 일본에서 한국쪽으로 넘어오는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자리를 일찍 잘 잡았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그나라 산업의 골간인 기계산업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최근 10년간은 일본이 정상을 누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자동차 강세에 따라 수년새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축구장 2개 남짓한 넓이인 공장에 들어서면 현대정공이 2000년대 세계 10대 업체라는 야심을 가꾸는 본산으로 손색이 없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연산 4,000대의 생산능력으로 공작기계 단위공장으로는 세계 3위수준인 이공장의 위력은 첨단시설에 있다. 가끔씩 기계 가동여부를 체크하는 직원들을 제외하면 공장안에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천장에 기계를 들어올려 작업하고 운반하는 스토크 크레인을 중심으로 완전자동화한 라인이 길게 두 줄로 늘어서 있을 뿐이다.
공작기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CNC선반과 머시닝센터 40여종이 라인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모두 무인자동화를 위한 첨단 인공지능을 채택한 공작기계들이다. 항온 항습시설로 실내온도와 습도는 쾌적한 상태이고 바닥도 식당처럼 깨끗하다. 라인 주변에는 자동물류시스템을 이용한 대형창고와 생산품을 검증하는 계측실, 사무실, 컴퓨터교육을 위한 기술학교등 지원시설들이 배치돼 있다.
현대정공의 지난해 매출은 1,600억원이고 올해매출 목표는 2,400억원수준. 이 공장 준공이후 지켜온 국내정상에 만족지않고 400억달러로 알려진 세계시장공략에 나섰다. 94년부터 미주와 유럽시장수출을 본격화, 생산량의 절반정도는 수출로 소화하고 있으며 멕시코와 폴란드등 우회수출을 위한 현지생산체제를 연내가시화할 방침이다. 김상무는 『97년까지 현지공장들을 만들고 컨트롤러등 핵심부품을 완전국산화해서 2000년대 세계 10대업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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