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면톱 탈정치기사화·가로쓰기 확대를(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면톱 탈정치기사화·가로쓰기 확대를(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5.06 00:00
0 0

◎3개면 걸친 「월드리포트」는 신선한 기획현재 신문은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즉 그동안의 카르텔체제가 깨지고 증면경쟁, 조간 중심의 경쟁체제, 섹션화와 가로쓰기와 같은 지면쇄신 등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신문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와 같은 패턴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과학사에 있어 뉴튼 패러다임이 아인슈타인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문의 경우도 이제까지의 시대가 「기사중심의 시대」였다면 변화하는 패러다임 하에서는 「경영과 전략중심의 시대」가 올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에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물론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등에서 과거의 패러다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엇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일보는 어떠한 패러다임 속에 신문을 만들고 있는가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거 「기사중심의 패러다임」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 노력은 미시적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을 지 모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즉 경영과 전략이 요구되는 경쟁체제에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데, 그리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에서 한국일보가 극복해 나가야 할 점들은 다음 몇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여전히 정치기사 중심의 편집패턴에 머무르고 있다. 정치기사가 갖는 뉴스가치가 간과될 수는 없겠지만 정치기사가 신문의 위상을 가늠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독자들의 취향은 탈정치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1면 톱 기사가 전부 정치관련 뉴스였다는 것은 해당기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보 이미지의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지난주의 경우 뇌사의 법적 인정여부와 같은 기사는 1면 톱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이며 이밖에 건강, 환경, 과학, 문화 등의 기사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둘째, 지면 구성의 문제다. 현재 한국일보에는 가로쓰기와 세로쓰기가 혼재돼 있다. 40면을 발행할 경우 정치면과 사회면에 할애된 7개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33개면이 가로쓰기로 짜여진다. 대상 독자에 따라 면별 구성을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이해는 되지만 이는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 한국일보는 인터넷과 같은 첨단 뉴미디어와 통신 등의 분야에서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기업체를 포함해 우리 사회 각 부문의 혁신을 촉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지면 쇄신을 위한 노력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셋째, 한국일보는 여전히 문자시대의 지면구성에 머무르고 있다. 영상시대를 맞아 세계적인 신문편집 추세는 문자 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사의 내용 못지 않게 신문사 또는 신문지면이 독자에게 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일보의 지면은 본문이나 제목 활자의 자체는 물론 점차 늘어가고 있는 컬러 지면 구성에 있어 색상의 세련화도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진을 과감하게 크게 쓰는 것도 지면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기획력의 강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기획력은 시대를 읽는 안목을 지면에 반영해 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기획력은 다른 신문 지면과의 차별화 문제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일보만의 차별성이 지면구성에서 드러나야 할 것이다. 관급기사나 사건기사의 보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뉴스를 발굴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뉴스는 발생한 것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어진 기사를 찾아내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기사가 발생뉴스보다 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기획력은 요일별로 특화하는 간지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정치기사의 차별성이 거의 없어지는 현재 추세속에서 간지의 기획은 지면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3개면에 걸쳐 기획된 「월드리포트」와 2개면에 실린 「의사가 만드는 건강·의학」등의 지면은 신선한 기획으로 보인다.

요컨대 한국일보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경영과 전략 중심의 신문 운영체제로 바뀌지 않는 한 무한경쟁체제 속에서 현재의 위상을 확보하기 어렵다. 어쩌면 머뭇거리다 변화의 기회를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이재현 충남대교수·서울대신문학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