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이익과 지역단위의 이익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이해관계의 충돌 대립이 문제되지 않았던 것은 중앙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문제해결 방식은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됐다. 지방자치가 본격화하면서 나타날수 있는 현상이다. 국가와 지역단위 이해관계의 대립 갈등은 종래와 같은 억압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절충과 타협을 통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돼 나가야 한다.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런 민주적 방식이 아직 틀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급을 요하는 대형 국책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 항만 철도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의 소홀로 물류비용이 48조원(94년)으로 늘어나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5·7%, 제조업 매출액의 17·1%에 달할 정도이니 국가경쟁력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이나 댐 공항건설도 촌각을 다투어야 할 정도로 사정이 급하다. 지역이기의 갈등 때문에 이런 시급한 국책사업들이 한정없이 지연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민주주의를 하는데 비용이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지방자치의 낭비 비효율도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지만 지금 상황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를 내다보고 4조2천여억원의 거대한 자금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인천 국제공항건설사업이 인터체인지 중간개설을 요구하는 인천 서구청에 발목이 잡혀 한정없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나 전력예비율이 4%이하로 떨어져 제한 송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3조2천억원을 투입, 2002년 완공을 목표로 다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영광 원전 5,6호기 건설사업이 군단위 지방자치단체의 제동에 걸려 표류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대형국책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선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국면타개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 특별법이 국가적 낭비와 비효율을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개발연대의 획일적인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방향이 돼서는 안된다. 지역이해와 국가이익의 대립을 절충하고 타협하는 방법과 원칙을 입법내용에 담되 그 절차는 민주적인 것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문제해결방식의 원칙과 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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