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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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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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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만큼 정부와 국민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없다. 한쪽은 많이 거두려 하고 다른 한쪽은 적게 내려고 하는 것이 세금이다. 세금을 가장 악착스럽게 긁은 대표적인 인물로 18세기중엽 프랑스의 루이 15세 시절 재무상이었던 에티엔 드 실루에트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초상화도 검은 색으로만 그리도록 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면서도 세금은 국가재정을 확립한다는 명목으로 공기에까지 부과하려다 국민들의 반대로 물러났다. 쓸쓸히 퇴임하는 그의 모습이 검은 초상화 같다고 「실루에트」라고 한데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실루엣이란 말이 생겨났다. ◆그에 못지않게 징세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 미국의 워싱턴주정부인 것 같다. 워싱턴주정부는 얼마전 1천8백달러의 세금을 미납하고 잠적한 한 시민의 세금을 추징한다고 11세와 8세된 그의 두 아들의 예금계좌에서 87달러를 압류하는 조치를 취했다. 87달러는 두 소년이 주 3달러의 용돈을 모아 예금한 것이라고 한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보면 우리라고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 보너스라도 받으면 세금부터 싹독 떼어간다. 의사 변호사 등의 세부담을 생각하면 월급쟁이들의 중세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같은 소득이라도 월급쟁이들이 의사 변호사 등에 비해 세금을 월등히 더 낸다는 조사가 나와 있다. ◆정부는 저소득 저가구층의 세금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 94년말 개정된 소득세법이 오히려 이들의 세부담을 가중시킨데 따른 조치인데 조세제도나 과세행정이 근본적으로 바꿔지지 않는 한 월급쟁이들의 중세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언제나 어깨가 축 처지지 않은 월급쟁이들의 「실루엣」을 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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