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지분요건 완화에 공시·회계제도 대폭 정비/계열사간 채무보증 폐지 등 공정거래법 강화도경제력 집중억제는 우리나라 재벌정책의 핵심테마다. 지금처럼 소수재벌이 자원 생산력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에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은 물론 대기업 자신도 결코 득될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고단위 경제력 집중억제책을 펴왔다. 계열사간 출자·채무보증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은행여신관리, 문어발식 확장을 지양하고 대표업종에만 전념케하는 업종전문화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왜 집중이 생기는가」라는 문제의식이 결여된 물리적 외형규제였다.
신재벌정책에서도 경제력 집중억제는 중요과제다. 하지만 집중의 원인인 오너의 소유·지배구조를 처음으로 손댄다는 점에서 총수체제를 묵인하고 대주주를 소액·기관투자가로부터 감싸주는 구정책과는 크게 구분된다.
이와 관련, 신재벌정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액주주 권한 강화다. 기업공개 상속세강화를 통해 소유를 아무리 분산시키더라도 대주주에 대한 소주주의 제동장치가 없는 한 전횡은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사문화한 「주주대표소송제도」가 부활될 전망이다. 물론 현행법상 소주주에겐 ▲부당임원해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임원 불법행위중지요구등 소송권이 부여되어 있지만 이를 행사하려면 소주주끼리 5%이상 지분을 규합해야 하므로 소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사장된 소액주주권이 실제 활용될수 있도록 지분요건을 1∼3%로 낮추고 때론 단 1주만 있어도 소송이 가능하며 소송비용도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이사회가 전체주주의 의사를 대표하도록 사외이사제 누적투표제 의결권대리행사등 선출방법개선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경영에 대한 「알권리」보장을 위해 공시·회계제도도 대폭 정비된다. 지금은 공시대상에 누락되어있는 ▲비자금조성수단인 가지급금지급 ▲주식·부동산거래 ▲담보제공 지급보증등 기업과 오너간 「은밀한 내부거래」도 앞으론 즉각 공개된다. 또 그룹 전체의 영업실태가 허수없이 제대로 노출되도록 기업집단 연결재무제표작성이 의무화한다.
대주주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감사를 경영의 사내감시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감사선임시 대주주권한을 제한하고 회계감사인도 감사가 지정, 공인회계사가 대주주를 의식해 잘못된 경영까지 눈감아주는 관행이 없어진다. 한 당국자는 『대주주 견제장치가 확립되면 여신·부동산규제등 외형에 사전규제나 인위적 업종전문화제도는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을 통한 경제력집중억제시책는 당분간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김인호공정위원장은 『경기양극화와 진입제한완화 공기업민영화등 경제력집중 심화요인이 많으므로 경영투명성 시책이 확립될 때까지 공정거래법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룹을 한울타리로 옭아매 총수의 전권통치를 가능케한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5년내 완전히 없어지고 출자총액제한(순자산 25%)도 98년이후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공정거래법 강화가 규제완화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정거래정책은 규제를 규제하는, 탈규제시대의 마지막 산업정책이다. 재벌의 독과점적 행위규제와 일반적 외형규제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경영투명성을 위한 제도가 정착되면 공정거래·경쟁정책이 유일한 재벌정책으로 남는다는 것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