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구 사상에 절묘히 녹여내/「동방의 시성」 명성 얻게한 시집인도 벵골 시인 타고르(1861∼1941년)의 종교적 서정시집 「기탄잘리」는 수천년 이어진 인도 사상의 정수를 유럽의 근대정신과 화합시킨 인류사적 업적이다.
초기 고전적인 스타일의 서정시를 쓰던 타고르는 잡지 「사다나」를 내면서 사회악과 인습에 도전하는 시인으로 변모한다. 특히 1905년부터는 영국의 벵골분리정책에 항의해 국민의 자각을 촉구하도록 펜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자신의 본분이 시인임을 자각하고 간디와 함께 펼치던 정치운동을 중단한 뒤 1908년 이후 경건한 종교시인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가 종교시인으로서 노래하고자 했던 것은 사랑과 평화를 위한 국제주의적 이상이었다. 그는 이같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학교 산티니케탄(평화의 집)에서 청소년들을 교육하면서 시작에 몰두했다.
그의 대표작인 「기탄잘리」 「암실의 왕」 「우체국」등은 바로 산티니케탄 시절의 작품들이다.
합장의 노래라는 뜻을 지닌 「기탄잘리」는 1909년 벵골어판이, 1912년 영어판이 나왔다. 영어판의 서문은 예이츠가 쓴 것으로 유명하다. 영어판이 발간되면서 이 시집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고 타고르는 「동방의 시성」이라는 명성을 얻게된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노벨상의 주인공이 된다.
이 시집에는 타고르 자신이 존재하는 현실로부터 임이 존재하는 피안에 도달하려는 구도자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같이 인도 사상이 깊게 배어있는 종교적 구원을 노래하면서 그 내면에서 타고르는 국가라는 담을 넘어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려는 서구적 박애정신을 녹여낸다. 이때문에 타고르의 시는 「동·서양을 오묘하게 조화시킨 찬란한 꽃」이라고 일컬어 진다.
「기탄잘리」 103장은 바로 이같은 타고르 시의 정수를 담고 있어 지금까지 수많은 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임에게 한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내 주여, 내 모든 감각이 손을 뻗쳐 임의 발 앞에 있는 이 세계를 어루만지게 하여주소서. 아직 떨어지지 않는 소나기의 짐을 지고 나직이 떠 있는 7월의 비구름과도 같이, 임께 한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온 이 내 마음이 임의 문 앞에 머리를 숙이게 하여 주소서. 이 내 모든 노래로 하여금, 갖가지 다른 가락들을 한줄기로 모아 임께 한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침묵의 바다로 흘러가게 하여 주소서. 임에게 드리는 한 인사로, 낮이나 밤이나 그들의 산에 있는 둥지로 되돌아 날으는, 향수에 젖은 학 떼처럼, 나의 온 생명으로 하여금 그 영원한 안식처로 항로를 취하게 하옵소서」<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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