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불공정 행위 고단위 처방/오너 지배구조 큰기둥 없어져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중점과제 추진계획」은 대기업, 특히 재벌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단위 규제방침을 담고 있다.
이중 핵심은 계열사간 채무보증의 축소·철폐. 부실한 한계기업도 건실한 계열사가 보증을 서면 얼마든지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무너질 염려가 없고 따라서 재벌은 채무보증을 통해 계열사수를 늘리고 말단 자회사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채무보증은 출자제도와 함께 재벌들이 오너지배형 그룹구조를 지탱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30대그룹의 평균 채무보증규모는 현재 52.6%로 2001년까지 완전해소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채무보증의 금지는 재벌의 그룹지배구조를 떠받치는 한 기둥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과 용역으로 국한되던 내부거래대상에 자산·자금거래를 포함한 것도 주목된다. 힘든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보유주식 채권 부동산을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사주거나 ▲실세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 ▲심지어 계열사사옥에 저가의 임대료로 입주하는 행위 등 대기업들의 일상화한 관행이 모두 부당내부거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출자 채무보증 기업결합 우월적 지위 남용등 공정법의 대부분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대기업들은 계열금융사를 통해 변칙기업인수등 각종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금융업을 포함, 공정법상의 예외조치를 가급적 없앨 계획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공정위 정책내용은 잘못된 발상”/재계,채무보증 등 제한 강한반대
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키로 한 그룹계열사간 채무보증 제한금지(2001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공정위의 발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벌정책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판단, 신재벌정책추진의 배경과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망하고 있다. 신재벌정책의 골격이 드러날 때 본격적인 반격을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정책발표내용은 19세기적인 발상』이라며 『기존의 관행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개혁정책을 추진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발표의 핵심내용인 상호지보규제에 대한 주요 그룹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채무보증은 애초 재벌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이제는 은행을 지원하는 제도로 변해버린지 오래고 상호지보를 금지할 경우 거대그룹보다는 중견그룹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대그룹의 경우 자체신용으로도 해외금융기관에서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어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오너체제에 대한 견제와 경제력집중완화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론이 일고 있다. 모그룹의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같은 권력집중체제에서는 역설적으로 재벌그룹도 오너중심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경영외적인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한 오너체제의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30대그룹에 대해 기조실의 해체를 요구하면서도 기조실장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주요그룹을 대상으로 정부의 신재벌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이백만 기자>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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