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의 통찰력으로 날카로운 현실 분석/강의는 어눌하지만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숙화요일 2교시 숙명여대 서관 322호실.
칠판에 한자를 빼곡히 써내려가고 있는 교수는 잠바차림이다. 학생들은 「호랑이 교수님」으로 별명을 붙였고, 교수 자신은 스스로를 「시골뜨기」라 부른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150여명의 학생들도 신세대 여대생들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진한 립스틱을 칠했거나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요즘 여대생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귀걸이를 한 여학생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만렬교수(58·사학과)의 교양선택 과목 「한국사상의 이해」강의실 모습이다.
『원래 귀걸이는 노예의 상징물이었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닌 자유인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것이 더욱 아름답지 않습니까?』 설득에 가까운 이교수의 주장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나타내지만 곧 수긍한다고 한다.
「한국사상의 이해」는 한 학기 내내 유학사상에서부터 실학·개화사상, 일제시대 민족주의 사상에 이르는 한국전통사상의 물줄기를 따라 간다. 그리고 학기끝 무렵에는 90년대 한국사상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몹시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주제인 듯 한데도 강의실은 활기와 열정이 넘친다. 생활속의 체험이나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사건, 현상들에서 화제가 이끌어 내지고 여기에 전통사상이 자연스레 맞물리기 때문이다. 강의노트는 따로 없다. 학생들은 수업시간동안 편히 듣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부담없이 말한다. 그러는 동안 학생들은 한국전통사상의 백과사전식의 단편적인 지식을 기억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의식을 발전시키고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하게 된다.
유은아씨(국문과4·23)는 『독도문제등 현실문제를 통해 과거의 사상을 배우기 때문에 강의가 현실감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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