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재단이사회는 88년과 92년 두차례에 걸쳐 실시했던 교수들에 의한 총장 직선제를 폐지키로 했다. 또 오는 8월까지 선출할 새 총장은 새로이 구성될 총장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3∼5명의 후보중에서 이사회가 선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연세대 재단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에 우리가 적지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6·29선언 이후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의 상징처럼 등장한 총장직선제가 우리 현실에서는 결코 좋은 제도로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몇몇 사학에서 이미 직선제 폐지를 선언했고 지지난해에 1백63개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대학교육협의회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건의하고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연세대 이사회의 결정은 서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까지 확대될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이다.
6·29선언전까지만 해도 대학총장 선임방식은 국·공립은 정부가, 사립대학은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임명제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6·29선언 이후 대학총장 선출방식은 교수 직선으로 획일화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는 임명제 이상으로 부작용과 후유증이 뒤따라 그것이 결코 최선의 방안이 못된다는 것이 속속들이 드러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특히 총장직선제는 대학캠퍼스를 비생산적인 선거판으로 변모시켰다. 그로 인해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지녀야 할 도덕성마저 마비되기도 했다. 학식과 덕망과 지도력을 갖춘 진짜 총장감은 타락한 선거분위기가 싫어 후보로 나서기를 꺼리고 오히려 선거꾼 교수들만이 총장후보로 경합하는 사례가 허다해 대학발전을 저해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총장선거 때의 분열과 파당현상은 선거뒤에도 계속돼 대학공동체가 편가름에 휩싸이고 직선된 총장은 표를 몰아준 교수들의 눈치나 보고 실현 불가능한 선거공약에 발목이 잡혀 아무 일도 하지 못한채 4년을 허송하다 총장자리를 떠나기 일쑤였던 것이다.
잘못된 제도라면 더 이상 지체할 것이 아니라 개선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우리는 연세대 재단이사회의 총장 직선제 개선의지를 높이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둔 총장 후보추천위원회제는 임명제와 직선제의 단점을 잘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건학이념이 다양한 것처럼 총장선출 방식은 다양할수록 좋다. 총장선출 방식은 각 대학 자율로 채택토록 해야 한다. 교수협의회나 학생회는 총장선출 방식을 새로운 투쟁의 이슈로 삼는 행동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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