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데는 양면성이 있다. 자칫 생명경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정적인 측면과 합법적인 장기이식의 길을 열어 새로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동안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꺼려 왔던 정부가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제정키로 한 것은 후자인 긍정적인 측면에 무게를 둔 것이다.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등 16개국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등과 우리는 의학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을 죽은이로 볼 수 없다는 동양적인 정서 때문이다. 특히 종교계는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이의 인정을 반대해 왔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사회에선 법과 관계없이 장기이식수술이 계속되고 있다. 69년의 첫 신장이식수술후 지금까지 1만1천4백2건의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이처럼 장기이식수술이 보편화되자 93년 대한의사협회가 「뇌사에 관한 선언」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번에 법을 제정키로 한 것도 의학적으로 뇌사가 인정되고 장기이식 수술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오히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법이 없어 야기되고 있는 장기매매등의 부작용을 막아 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법제정 취지다.
뇌사인정의 긍정적인 측면을 중시하고 법제정으로 그 부작용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감하면서도 행여 생명경시란 뇌사인정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할까 두렵다. 종교 및 법조계의 우려가 아니더라도 뇌사인정에 따른 장기이식은 악용될 소지가 많다.
정부는 ▲뇌사판정 및 장기이식수술을 하는 의사와 의료기관의 기준강화 ▲본인의 의사가 존중된 장기기증 ▲장기분배의 투명성확보 ▲정보망 구축등 장기의 효율적 활용방안등을 마련, 이러한 악용소지를 제거해야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생명에 관련된 문제가 의사 1∼2명의 판단으로 결정돼서는 안된다. 뇌사판정을 받은 환자가 살아난 예를 고려, 엄격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장기분배의 투명성확보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장기는 받으려는 사람은 많으나 제공자가 적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장기의 불법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뇌사인정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축복받는 장기이식이 되기 위해서는 종교계 법조계등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및 해외의 선례를 수집하고 장기제공 및 이식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얻는 노력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