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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킬」/소외된 젊은이들의 삶 격렬히 표현(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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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킬」/소외된 젊은이들의 삶 격렬히 표현(영화평)

입력
199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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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맥락 배제등 설득력 떨어져 아쉬움「본 투 킬」의 장현수 감독은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등을 통해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이 시대 소외된 젊은이의 아픔을 그려왔다.

장감독이 그린 영화 속 인물의 유형은 일반적 장르로 구분되는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화한 인물들과는 달리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가령 B급 갱스터 영화들이 관습적으로 주인공의 소영웅주의적인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면 장감독의 주인공들은 좀더 다중적이고 입체적이다.

솜씨좋은 소매치기 혹은 깡패인 그들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피해자들이다.

장감독은 진솔한 멜로적 감수성과 일상적 리얼리티에 근거해 주인공들을 바라보고 묘사한다. 그러기에 관객들은 그들의 욕망과 좌절에 공감할 수 있으며 결말의 비극성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본 투 킬」은 「게임의 법칙」과 같이 액션과 멜로가 혼합된 형태의 영화이다. 어린 시절 철로에서 동반자살하려는 어머니의 손을 깨물고 살아난 이후 자신의 세계에만 정체되어 있는 고독한 인물 길과 좌절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가수 지망생 호스티스 수하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영화의 축이다.

길은 암흑가 조직 속에서 부여받은 임무에만 따르면 되는 하나의 소모품에 불과한 존재이다. 그가 수동적 운명을 거부하고 조직의 명령에서 이탈하자 결국 죽음을 맞게 되고 수하와는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영화는 도시의 화려함과 비정함에 가려진 주변부 젊음의 소외와 절망을 때로는 격렬한 액션의 몸짓으로 때로는 잔잔한 감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레옹」이나 홍콩 킬러영화들은 90년대 이후 멜로와 액션을 결합해 새로운 킬러상을 만들어 낸, 변형되고 탈장르화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의 영화들은 새롭게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본 투 킬」은 이 경향을 차용하고 거기에 장감독 특유의 멜로적 감수성을 가미하고 있다.

이 경향을 차용했으나 편중된 시각과 사회적 맥락이 배제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캐릭터와 사실성에 대한 깊은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인공들의 비극적 결말은 그의 그전 영화에서와 같은 설득력과 감동에는 못미치는 아쉬움을 준다. 그 아쉬움은 뉴욕·홍콩의 킬러와는 다른, 서울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활동하는 킬러의 일상성, 고유성을 담아내지 못한데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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