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 매일 매일 더 눈부시다. 며칠동안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계속되고, 사이사이 비가 내리더니 나무란 나무는 다 새 순을 틔우고, 꽃이란 꽃은 다 활짝 피어나 노래하고 있다. 요술 물감을 뿌린것처럼 하루아침에 빛깔로 살아난 산과 숲에 우렁찬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고 있다.출퇴근길에 지나는 남산은 완전히 꽃동산이다. 아 저골짜기에 라일락이 있었구나, 벚꽃·살구꽃·목련·철쭉이 그 옆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구나, 죽은듯 칙칙하고 고요하게 서서 화려한 봄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라고 볼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산을 덮은 연록색 새잎들은 날로 진해져서 벌써 초여름 냄새를 내뿜고 있다.
우리나라의 봄은 매년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오랜 세월 공들여 심고 가꾼 꽃나무들이 곳곳에 꽃을 피우고, 산과 숲은 제법 울창해져서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면 봄 경치를 만끽할수 있다. 도심의 조경에도 그동안 힘을 쏟아 『아 그곳의 꽃과 나무들은 참 아름답지』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소가 여러곳 생겼다. 교보문고의 라일락과 느티나무는 해가 갈수록 더 보기 좋아지고, 세종문화회관의 야생화초 시리즈는 늘 색다른 꽃구경을 시켜준다.
우리가 나무와 꽃에 그만큼 정성을 쏟게 됐다는 것은 경제발전의 결과인데, 이제는 꽃을 많이 심는다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가꾸려는 도시와 공원과 숲의 모습에 대해서 의견을 모으고 이미지를 통일시켜가야 한다. 공원등에서 수년동안 키운 나무를 잘라버리고 다른 종류의 나무를 심는것을 흔히 볼수 있는데, 왜 그 나무로 바꿔 심어야 하는지 납득할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거리를 장식한 꽃들중에는 종류와 색깔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보기 흉할때가 있고, 가로수도 너무 심하게 가지를 쳐서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며칠전에도 집앞 공원에 나갔다가 꽤 자란 마로니에를 뽑아 버리고 소나무를 심는것을 보았는데, 많은 주민들이 『굳이 마로니에를 죽이면서 소나무를 심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인부들은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조림·조경사업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인력의 전문화나 미적 감각, 나무에 대한 사랑등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도심과 공원에서는 어떤 나무들이 잘 자랄까, 어떤 수종들이 계절따라 서로 잘 어울릴까를 충분히 검토하여 이미 심은 나무는 잡목 한그루라도 소중히 관리해야 한다. 잡목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살려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봄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꽃동산을 더 아름답게 가꿀 다음 단계의 계획을 세울때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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