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정보조직도 장악 권한 역대 최강/“합리적 업무추진·겸손” 의회서도 신뢰존 도이치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백악관의 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역대 CIA 국장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누리며 클린턴의 「오른 팔」이라는 평까지 얻고 있다. 클린턴이 11월 대선에서 승리,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도이치는 국방장관 이상의 중책을 보장받아 두었다는 관측이 있을 정도다.
클린턴이 CIA국장 직급을 각료급으로 상향 조정한데 이어 지난주 CIA국장이 향후 국가안전국(NSA)과 육·해·공 첩보기구등 다른 27개 정보조직 책임자 지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도이치에 대한 신임을 입증하는 예다. 이는 사실상 도이치가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에 대한 총감독권을 행사하도록 한 「백지위임」이기 때문이다.
MIT대 화학교수 출신인 그에게 클린턴이 힘을 몰아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간 28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미국내 각급 정보기관의 합리적 업무분담과 종합적인 정보 관리·분석을 진두지휘할 적격자가 도이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3월 그가 CIA국장에 취임한 이래 인원 감축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성과를 인정한 측면도 거론된다.
그는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의 지지하에 행정부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클린턴은 전임자인 제임스 울시와는 달리 도이치에는 늘 단독 면담을 허용하고 수시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 관해 자문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를 견제하려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방부내 군출신 관료들이 여타 정보조직에 대한 도이치의 지나친 간섭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CIA내에서도 도이치의 「적극적」 업무추진을 시샘하는 고위관리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힘」은 있을 지라도 「권위」를 내세우지는 않는다는 주위의 평가도 있다. 국장전용 승강기 대신 일반 직원용을 사용하며 자신의 전자메일 주소를 공개, 언제라도 직원들이 직보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편안한 상관」이라는 것이다. MIT대 학장을 거쳐 93년 국방차관에 임명된 뒤 CIA국장직에 오른 도이치는 『CIA국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야한다』는 조화론을 강조해 왔다.
의회도 전횡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 도이치에게 신뢰를 표하고 있다. 최근 상원 정보소위는 이제까지 국방장관 전결사항인 모든 정보기관의 예산통제를 CIA국장 소관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 그에게 「날개」까지 달아 주려 하고 있다. CIA 국장의 위상이 냉전종식으로 퇴색할 것이란 일반론을 뒤업고 존 도이치는 「팍스 아메리카」를 수호하는 새로운 기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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