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부조리 근절차원 거액여신 감시 강화/은행장 독주 견제할 내부통제장치도 구축키로정부는 1일 이철수 제일은행장의 대출커미션사건과 관련, 은행들에 대한 감독방식을 현행 정기검사 위주에서 불시검사체제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지금까지 사실상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임원이상 전결 또는 이사회승인 대상의 거액여신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급됐는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은행장의 독주를 견제할수 있는 내부통제체계구축도 검토키로 했다.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금융규제가 풀려 자율화가 진전된 만큼 건전한 금융관행정착을 위한 감시와 감독은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며 『금융부조리 척결을 위해 현행 감독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일선 금융계는 이번 이행장 대출커미션사건으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금융권의 뿌리깊은 비리구조와 ▲이를 적발해내지 못하는 금융감독체계의 낙후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현정부 출범이후 재임중 옷을 벗은 은행장은 14명이나 되지만 이들의 비리발생시점은 대부분 구정권때였다. 지난해 구속됐던 봉종현전장기신용은행장이나 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의 경우도 기업들로부터 대출커미션을 받은 것은 91∼93년초였다.
그러나 이번 이행장사건은 94년, 즉 금융부조리 근절을 강조한 현정부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사한 비리혐의로 중도하차했던 다른 은행장들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아무리 매서운 사정바람이 몰아치고 수많은 은행장이 옷을 벗어도, 비록 일부이긴 하나 중·소액대출을 담당하는 일선점포부터 거액여신을 취급하는 은행장까지 낡은 부조리 관행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에서 은행장은 왕이다. 주인이 없는 탓에 은행장을 견제할 장치는 현실적으로 없다. 이사 감사도 은행장이 임명하고 중임여부도 스스로 결정하며 심지어 차기행장을 뽑는 은행장추천위원회도 자신이 구성한다. 이행장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위규대출도 은행장 말한마디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문제는 아직 논란거리지만 최소한 은행장독주를 견제할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허술한 감독체계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은행감독원은 지난해 이미 효산그룹대출과 관련, 제일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했으나 미미한 위규사항만 적발해냈을 뿐 이행장 비리부분은 밝히지 못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은밀히 오가는 대출커미션을 수사권없는 은감원이 추적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고위임원 특히 은행장 관련부분은 명백한 혐의나 표적감사 대상이 아닌한 어느정도 「성역지대」로 간주되는게 사실이다.
한 금융계인사는 『검사를 예고하는 현행 정기검사에서 은행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수 있다』며 『연중상시 또는 불시에 감독을 나와야 제대로 비리를 찾아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금융자율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부조리가 관치시대의 산물이긴 하나 금융의 낙후성이 비단 과도한 정부규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자율화와 경쟁력강화의 최대 장애는 바로 금융계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은행 정보공유체제로 불실대출 억제를”/나 부총리 지시
【마닐라=이상호 기자】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일 이철수제일은행장 구속사건과 관련, 은행들은 정보 공유체제를 자율적으로 구축해 부실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중인 나부총리는 이날 마닐라의 샹그릴라 에자플라자호텔에서 김시형산업은행총재 우찬목조흥은행장 정지태상업은행장 이관우한일은행장 나응찬신한은행장 연영규증권업협회장 등 국내 금융기관장들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부총리는 『이행장 사건을 전해 듣고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면서 『은행장들은 부실대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별기업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나부총리는 특히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들끼리는 물론 제2금융권과도 부실기업 관련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도록 협조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부총리는 이어 『은행들간의 과당경쟁이 부실기업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은행장들은 경영합리화와 함께 과당경쟁 지양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