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곡이나 교향곡의 초고를 완성된 오케스트라곡으로 만드는데는 반드시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 편곡)이 필요하다. 곡의 순간 순간마다 어떤 악기에 멜로디를 줄 것인가 어떤 악기군이 화성을 담당할 것인가등을 치밀하게 짜야한다. 아름다운 선율 뿐 아니라 리듬이나 템포를 통해 생기와 이완감을, 다양한 악기의 조화를 통해 색채감을 불러 일으킨다. 단조로움과 풍성함 뿐만 아니라 명암을 통해 작곡가의 상상력이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를 오케스트라어법이라 한다.이때 악기의 기능과 효과를 이상적으로 소화해내야 명곡이 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유명 작곡가 가운데서도 오케스트레이션 솜씨가 능숙한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작곡가도 얼마든지 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관현악에 손대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았고 오로지 피아노전문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고 슈베르트도 가곡 능력에 비하면 관현악법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소르그스키의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과 원래 피아노곡인 「전람회의 그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와 라벨의 관현악 편곡에 의해 더욱 대중적인 명곡이 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관현악법의 대가였던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관현악법 이론서를 냈는데 그의 교향모음곡 「세헤라자데」는 성난 파도에 배가 부서지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베토벤도 관현악법에서 혁명적인 시도를 한 작곡가이지만 관현악법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시기는 바로 표제음악이 각광받던 시기이다. 멘델스존은 「음의 풍경화가」로 불렸으며 리스트는 자신의 곡에 만족하지 않고 선배 동료등 수많은 작곡가의 곡을 가리지 않고 탐욕적으로 편곡했다. 뿐만 아니라 거꾸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나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등 오케스트라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멘델스존 베를리오즈 리스트등 표제음악 대가들은 관현악기법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낭만정신을 정점에 올려놓아 화려하게 꽃피웠다. 생상스의 세련되면서도 재기발랄한 관현악법, 악극에서 웅혼한 세계를 그린 바그너, 극장 음향과 가수의 배역에까지 오케스트라악기를 일치시킨 베르디, 관현악의 감칠맛 나는 색감과 선율미를 강조한 푸치니, 천재성이 번득이는 정열적 묘사의 「카르멘」의 비제, 장엄한 「알프스교향곡」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로마의 축제」를 남긴 관현악의 시인 레스피기, 현대음악의 쇤베르크등이 관현악에 큰 빛을 남긴 대가들이다.
개개의 악기소리를 먼저 익힌 후 관현악의 미로를 탐험하는 것은 한 차원 높은 음악감상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탁계석 음악평론가>탁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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