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퇴출장벽·칸막이금융 제거 등 제도적 정비/“도산 파장 우려한 「봐주기」 먼저 변화해야” 지적나웅배 부총리는 우리나라에 금융기관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또 종류도 너무 복잡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 2금융권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금융기관 수가 많은 것은 높은 퇴출장벽 때문이다. 경쟁력없는 기업이 도태되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데도 금융기관은 누적적자에 자본잠식이 생겨도 망하는 일이 없으니 금융기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종류가 복잡한 것은 「칸막이」에서 비롯된다. 정부가 적당한 형평주의에 따라 금융권별로 업무를 지정해주다 보니 실제 영업내용이나 대상고객엔 차이가 없는 데도 영역이 강제구획된 칸막이금융이 생겨난 것이다.
나부총리가 30일 『금융기관 인수합병(M&A)과 퇴출촉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쟁력없는 금융기관은 도태시키고 빽빽한 칸막이를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지준율인하등 금리조치에 이은 정부의 제2단계 금융제도개혁, 즉 금융산업개편과 구조조정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의 퇴출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상법에선 회사의 청산·파산시 전채권자의 동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은 무수한 예금자(채권자)로 부터 동의를 받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망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재경원은 금융기관은 파산시 상법을 따르지 않고 예금보호기구가 예금자동의권을 대행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을 고칠 방침이다.
또 금융기관간 M&A활성화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은행) 신용관리기금(투금 신용금고) 신협안정기금 보험보증기금등 예금자보험기구가 이를 알선하고 부실금융기관 인수시 인수자에게 시드머니(종자돈)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M&A는 아무래도 소규모 신용금고에서부터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재경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금고는 영업구역이 동일 도내로 제한돼 타도금고인수는 불가능한데 업계에선 이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영업구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재경원의 기본시각이지만 M&A의 시범차원에서 규제는 완화할 전망이다.
재경원 김영섭금융정책실장은 『금융의 신진대사 및 구조조정촉진을 위해 퇴출장벽을 풀고 장기적으론 진입제한도 완화해 나가겠다』며 『금고 팩토링등 제2금융권의 여신관련 칸막이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가 마련된다고 해서 꼭 망하는 금융기관이 생겨날 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부실금융기관이 망하지 않고 버텼던 것은 제도미비라기보다는 그 파장을 우려한 정부의 「봐주기」때문이었다. 재임중 금융기관 1호도산과 그 파문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게 금융당국자들의 심정이었다. 나부총리의 시장원리신봉은 확고해 보이지만 바뀌는 제도만큼 당국의 인식도 바뀔는지는 닥쳐봐야 알 일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