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클린 소장품 경매(프리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클린 소장품 경매(프리즘)

입력
1996.05.01 00:00
0 0

백만장자(Millionaire)라고 하면 가진 재산이 100만달러나 되는 부자를 말한다. 서부개척시대에는 100만달러가 큰돈이었고 백만장자는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요즘은 미국에 백만장자가 많이 생기고 달러가치도 폭락하다보니 100만달러는 그리 큰 돈은 아닌 것같다. 그래서 1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사람(Billionaire)이라야 미국사회에서 부자행세를 할 수 있다.지난달 24일 뉴욕 맨해튼의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낡은 책상 하나가 143만달러에 팔려 나갔다. 우리돈으로 치면 11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아무리 백만장자가 풍년이라지만 책상 하나가 백만달러를 넘는다면 보통 사람들에겐 비싸도 보통 비싼게 아니다.

이날 팔린 물건은 죽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부인이 보관하던 케네디대통령의 유품이다. 케네디대통령이 핵실험금지 조약에 서명할 때 사용했던 이 책상은 경매장 예상가격 2만∼3만달러를 수십배나 초과해 팔려 나갔다.

케네디와 재클린,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사용하던 유품 경매는 미국 뿐아니라 세계의 부호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재클린이 사용하던 다이아몬드반지는 250만달러(약 20억원)에 경매됐고, 500달러하는 모조품 진주목걸이가 21만1,500달러에 낙찰됐다. 보통 예상가보다 수십배 더 비싸게 팔렸고, 수백배의 가격을 부른 경우도 있다. 경매참여자들은 역사의 한부분을 갖고 싶어서, 또는 재클린에 대한 신데렐라적 동경심으로 비싼 값을 불렀다고 대답했다.

역사의식도 좋고, 신데렐라적 동경심도 좋지만 재클린 유품경매는 투기를 방불케 했다. 투기의 뒤에는 검은 손이 시장을 움직이는 게 동서고금의 관례다. 80년대 중반 엔고에 힘입어 세계유명화가의 그림을 비싼 가격에 사들인 일본기업들이 최근 가격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유대인상인들만 재미를 보았다는 뒷얘기가 있다.

이번 경매를 전하는 TV 화면에 한국인도 참여한 사실이 눈에 띄었다. 세기의 경매에 선진국에 막 진입하는 우리나라 부자라고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금융실명제와 부동산투기억제시책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하던 한국의 투기자금이 재클린 경매장에 까지 흘러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뉴욕=김인영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