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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과 4자회담(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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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과 4자회담(화요세평)

입력
199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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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맞으면서 한반도 통일이 이미 우리의 시야에 들어와 있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모두가 의당 평화통일을 소망하고 있는데, 이 경우 평화통일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역사는 필연의 결과일 수도 있고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다. 어쩌면 통일도 오랜 평화공존의 연장선에서 올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칠 수도 있다.통일이 언제쯤 올 것인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역사적 경험을 보면 전쟁을 통해서든 평화적인 방법이든 간에 공통점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통합한 것이다. 전자의 베트남 경우는 남한이 끝까지 반대하고 있고 독일식 통일은 북한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거부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쟁을 통한 통일은 한국은 물론 주변 4대국이 다 바라지 않으며 북한도 승산없는 전면전쟁은 피할 것으로 보아 현실성이 적다. 독일형 통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북한당국은 북한인민이 스스로 독일형을 바라기 전에 파국이나 전쟁과 같은 최후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 대비

이렇게 봤을 때 현실적으로 통일을 이를테면 「경제5개년계획」과 같이 구체적 정책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다. 당면 정책으로 제기해야 할 문제는 통일이 아니라 평화다. 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통일한국이 지향하는 것도 민족의 평화로운 삶이라면 평화는 단순히 통일의 수단만이 아니라 통일의 목표가치다. 어떤 경우라도 엄청난 인명의 희생을 수반하게 될 전쟁에 의한 통일은 말아야 한다. 중장기적인 평화공존정책은 결과적으로 통일을 늦추게 될지 모르나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최선의 길이다.

평화통일은 그 성격상 선평화 후통일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식이 아닌 남북교섭을 통한 평화통일은 미증유의 세계사적 경험이 될 것이지만 그 가능성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평화공존의 과정 속에서 체제유지에 실패한 북한이 자멸할 수도 있고 두 개의 건강한 정부가 평화적인 교류를 쌓아 나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 최선의 통일정책이며 이를 주관하는 부서가 바로 통일원이다.

이렇게 봤을 때 4월16일의 4자회담 제의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귀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제주선언 속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관련하여 한미안보공약 이외에도 몇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한 합의가 있다. ①항구적인 평화협정에 의해 대체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이 유지되어야 한다. ②한반도 평화확립은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과제다. ③항구적인 평화체제는 남북한이 주도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미·북 간의 별도 협상은 고려할 수 없다. 남북당사자 원칙이 관철된 셈이다.

○최소한의 관련국

4자회담에 대해 중국은 비록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강택민(장쩌민)의 친서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일본은 미일 신안보에 의한 군사적 역할과 독자적 북일 접촉의 길이 열려 있어 크게 환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부정적 태도는 예상된 일이나 한국과 미국의 설득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의 국제적 보장에 참가하는 국가의 수가 적은 것이 바람직하나 미국과 중국은 최소한의 관련국이다. 그것도 남북 당사자 대화를 원칙으로 하고 미중은 이를 보장하는 형식이라면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북한의 대응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은 당분간 남한 배제 북·미단독회담을 고수할 수도 있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이원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받아들인다 해도 남북대화 수준에서 의견이 엇갈려 자주 만나도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미국과 일본과의 수교협상은 급진전할 수도 있다.

아무튼 현시점에서 볼 때 남북당사자간의 합의사항으로는 1991년 12월의 남북합의서 이상의 것을 바라기 어렵고 국제적 보장안으로는 4자회담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한반도평화의 믿을만한 담보는 공고한 한미관계다. 북·미관계의 진전이 한미관계의 이완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워싱턴을 통한 평양접근은 아직도 한국의 국가이익에 반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의 통일및 평화관련 정책은 ①남북합의서 ②4자회담 ③한미안보공약이라는 3가지 기본틀 속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전술의 융통성은 장려할만 하나 전략에 잦은 혼선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최상용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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