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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시대」 앞에서/박내부 문화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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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시대」 앞에서/박내부 문화2부장(메아리)

입력
199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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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가을로 기억한다. 포르노영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 세계여성단체 간부들이 일본 도쿄에 왔다. 일주일 정도 후 그들은 『일본 포르노영화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결론지었다. 일본 포르노는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만 비하할 뿐아니라, 다른 나라 것 보다 훨씬 가학적이라는 것이었다.알려져 있다시피, 도쿄 거리에는 누드 포스터가 나부끼고 이슥한 시간의 TV에서는 가슴을 드러낸 여인을 자주 볼 수 있다. 훔쳐보기에 일단 눈을 뜨면 욕구는 점점 상승되는 것. 94년 겨울 드디어 일본사회는 직업적 여성에 만족하지 않고 자만심 강한 일본 최고대학 출신 여성의 옷을 벗기는데도 성공했다. 한 주간지가 도쿄대를 나온 젊은 여성의 전라사진 여러 장을 특집으로 실은 것이다. 전국이 술렁이는 듯했다.

비디오 「젖소부인 바람났네」가 지난해 9월 출시된 이후,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조짐이 일고 있다. 현재 저속하기 때문에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비디오가 30편이 넘는다. 많은 비디오가 포르노영화를 방불케 하고, 일반영화 속 남녀의 애정표현도 적나라해지고 있다. 연극과 컴퓨터게임 역시 훔쳐보고 싶은 청소년의 민감한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욕망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신 개인이나 사회가 지닌 욕망의 수준과 방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다스려 가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민간단체들이 포르노물과 관련해서 여러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을 보는 건강한 시각의 문화육성, 시민운동 차원의 감시조직, 포르노 전용상영관을 전제로 한 영화 완전등급제 실시등이 그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발간된 「도쿄여성백서 96」에 따르면 일본인도 변하고 있다. 20세 이상의 성인 2,000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남성의 66.1%, 여성의 74.9%가 『성표현을 제한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포르노」라는 터널의 입구에 서있고, 그들은 어둠을 빠져 나와야 한다는 각성에 도달한 셈이다. 일본의 칙칙한 「명성」을 우리가 물려 받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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