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송인 AFKN TV의 서울지역 2번채널(VHF·초단파)이 오늘 상오 11시를 기해 우리 측에 반환된다. 주한미군의 눈과 귀였고 우리가 미국의 대중문화 및 해외와 만날 수 있는 창구였던 이 방송의 채널반환은 전파주권의 확립이란 의미와 함께 한국전쟁으로 얼룩진 한 시대가 흘러감을 상징한다.AFKN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1년 4월 개국됐다. AM라디오 방송으로 한국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국사회와 애환을 같이 해왔다. 특히 57년 9월 채널 2인 TV방송 개국은 한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주한미군을 위한 방송이었지만 외국이 멀게 만 느껴지던 시절 우리가 별다른 어려움과 제약없이 외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였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한국의 방송문화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57년에 개국한 TV방송은 당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국내 TV방송의 동반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77년 국내 방송사에 앞선 컬러방송과 83년에 시작한 24시간 종일방송과 위성중계는 직간접으로 국내 방송계를 자극, 한국방송문화 발전의 활력소가 됐다.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업적인 대중문화가 별 여과없이 그대로 한국에 소개되는 부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었다.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매시」(MASH)등이 장기간 방영되고 미국에서조차 비판의 소리가 높던 일부 폭력물과 외설물이 그대로 방영되기도 했다.
AFKN의 이같은 부정적 측면은 해외주둔군 방송으로는 유례없이 주둔국 초단파 채널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미국의 상업문화가 아무 제한 없이 침투해 들어 오는데도 운영방식을 조정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전파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가 88년부터 채널변경을 미국측과 협의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AFKN은 오늘부터 격동기에 한국사회를 지켜본 VHF채널2시대를 마감하고 UHF(극초단파) 34번으로 전환되지만 방송내용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다 한국민의 정서를 고려한 방송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환수되는 2번채널의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섭을 시작한 지 8년이 되도록 사용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국민의 정보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기본입장 위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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