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선행돼야 한반도 통일 연착륙”/남한의 경제적 성공·자유 북 변신에 영향/독 통일 광범위한 토론과정 없어 부작용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세계 지성의 흐름을 주도해온 독일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67)가 서울대 서남강좌(회장 차인석) 초청으로 27일 내한했다. 5월12일까지 머무를 그는 여러 학술행사에 참여, 자신의 사상과 학문세계를 밝힌다. 30일에는 서남공개강연(「민족통일과 국민주권」), 5월1일에는 서남콜로퀴엄(「유럽국민국가에 대한 성찰:과거의 성과와 현재의 한계」)에서 논문을 발표한다. 두 강연에서 그는 시민의 자유, 민주적 시민권등을 강조하고 있다.
○민족통일과 국민주권
한국과 독일의 상황을 비교하려면 구조적 차이점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동독은 정치 경제적으로 소련에 종속된 위성국가에 불과했으나 북한은 주체사상에 기초해 중국 러시아에 대해 나름대로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이 내부적 이유로 자체붕괴될 확률은 동독의 경우보다 훨씬 낮다. 북한이 자기변신하거나 해체될 전망은 1차적으로 남한의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제관계, 정치적 자유등이 북한주민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는가에 달려 있다.
남한 역시 구서독과 동일시될 수 없다. 서독과 달리 남한의 경제성장은 권위적이며 야심적인 국가관료주의에 의해 조종되고 고무되었다. 이런 관료주의는 사회가 치러야만 할 착취의 대가에 무감각했고 종종 시민들의 제반 권리에 대한 고려없이 진행됐다. 경제성장독재의 유산을 청산해야만 하는 한국같은 나라에선 국민의 사회통합적 기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사회적 통합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적 사회모델」만이 통일과정에서 나타날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다. 통일이라는 정치적 목표는 시민의 자유실현이라는 이상과 결합돼야만 한다. 독일인들이 조급하게 걸어간 짧은 길이 남긴 긴 그림자를 사려깊게 살피도록 한국인들에게 권고하고 싶다.
○유럽 국민국가에 대한 성찰
오늘날 우리는 문화적 동질성에 기반한 국민국가(Volksnation)의 형태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다원주의사회에 살고 있다. 세계 모든 곳에서 문화적 삶의 양식이나 인종, 세계관, 종교의 다원성이 고조되고 있다. 상이한 문화와 인종, 종교에 기반한 하위문화들이 같은 정치공동체 내에서 평등한 조건 하에 공존하기 위해서는 다수문화가 가지는 역사적 특권은 포기돼야 한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정치문화가 다문화적 사회를 통합, 유지하기 위해선 「민주적 시민권」이 자유주의의 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권리들도 보장해야 한다. 민주적 시민권은 법적 물리적 메커니즘으로 인정되고 존중될 때에만 이방인들 사이에 유대를 형성시키는 사회통합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구화(Globalization)시대에 우리는 국민국가의 범위를 초월함으로써 공화주의적 유산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정리=변형섭 기자>정리=변형섭>
▷경력 및 저서◁
192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출생한 하버마스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마지막 생존자. 54년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마르부르크대, 하이델베르크대, 프랑크푸르트대등에서 철학·사회학 교수로 활동하다 94년 퇴임했다. 「대화에 의한 이성의 확립」을 주창했으며 칼 포퍼, 가다머, 두만과의 논쟁으로 20세기 최고의 논쟁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저서는 「이론과 실천」(63년), 「인식과 관심」(68년), 「후기자본주의의 정당성문제」(73년), 「사적 유물론의 재구성」(76년), 「의사소통행위이론」(81년),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85년), 「사실성과 타당성」(92년)
▷체한 일정◁
▲서남공개강연(민족통일과 국민주권)=30일 하오 2시 서울대 문화관 ▲서남콜로퀴엄(유럽 국민국가에 대한 성찰:과거의 성과와 현재의 한계)=5월 1일 하오 2시 서울대 경영대 국제회의실 ▲한국사회학회 심포지엄(정보화사회와 시민사회)=2일 하오 2시 고려대 인촌기념관 ▲한국철학회 국제심포지엄(근대성의 철학적 개념)=3일 하오 4시 서울대 문화관 ▲강의(칸트의 영구평화론)=6일 하오 5시 계명대 바우어관 ▲강의(민주주의와 인권문제)=8일 하오 2시 전남대 인문대시청각실 ▲철학문화연구소 세미나(현대사회에서 철학의 역할)=11일 하오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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