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거의없이 섬세한 심리묘사 탁월 70세노인의 인생 회고를 분신들과의 대화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담아낸 「핏빛 달」이 5월7일∼6월16일 산울림소극장에 올려진다. 30세부터 10년 간격으로 70세까지 5명의 알베르틴이 인생굴곡의 고비를 나누어 가지고 대화를 통해 파란의 인생을 재구성한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에드워드 올비의 「키 큰 세 여자」와 형식적 유사함이 놀라울 정도인데 어쨌거나 캐나다작가 미셸 트랑블레의 이 작품이 발표순서로는 수년 앞서 있다.
움직임이 거의 없이 대사만으로 이루어지지만 섬세한 심리묘사로 지루함이 전혀 없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전쟁에서 잃은 남편, 너무 어린 나이에 성에 눈떠버린 딸의 타락한 삶, 자폐증에 걸린 무기력한 아들등 가족관계로 지치고 자아가 상실된 여성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연극의 성향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을 찾은 40세의 알베르틴을 대안으로 부각시키기보다는 관조하는 결말을 보임으로써 여성운동과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알베르틴이 되뇌는 「죄책감의 삶」은 우리식의 정서와 상당히 부합한다. 노을이 질 때부터 달이 떠오를 때까지 「과거의 나」와 대화를 나눈 알베르틴은 핏빛 달을 쳐다보며 부정하고 싶은 지난 삶까지 자신의 것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지난해 「영월행 일기」에 이어 극도로 섬세한 연출을 보이고 있는 채윤일의 변모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젊은 단원들의 훈련장인 산울림 실험무대를 활성화한다는 의도로 공연기간도 정기공연과 같이 늘렸다. 노영화 정효인 이국희 윤혜정등 여배우만 6명이 출연한다. 화∼토 하오 4시30분 7시30분 일 하오 3시. (02)334―5915<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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