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불협화·권력 누수 예방 카드로 적임” 중론 요즘 신한국당 주변에서는 이홍구전총리의 대표설이 유력하게 떠돌고 있다. 「관리형 대표」라는 새로운 조어가 나오고 그 적임자로 이전총리의 이름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무심하다. 그는 대표 얘기만 나오면 『당대표는 프로가 해야지…. 지금 내 관심은 오로지 월드컵유치』라고 말한다. 실제 이전총리는 지난달 20일 출국, 유럽을 순방하며 체육계·정계의 거물들을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전총리는 선거 바로 다음날(4월12일) 출국해 월드컵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몽준축구협회장과 합류, 한국 유치를 대세로 만들기 위해 조찬 오찬 만찬 기자회견 면담 독대 심야파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시선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지를 결정하는 6월1일로 향해 있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의 관심은 신한국당의 전국위원회가 새 대표를 선출하는 5월7일에 맞춰져 있다. 더욱이 김영삼대통령이 25일 김윤환대표와의 오찬회동때 굳이 전국위 개최일을 이전총리의 귀국(5월4일)이후인 5월7일로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전총리의 거취는 정가의 초점이 되고 있다.
만약 일반의 예상대로 이전총리가 신임대표가 된다면 일단 여권내 정치상황이 그의 무욕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치 맹수들이 사냥감을 앞에 두고 지지개를 켜듯 대권주자들이 물밑 행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전총리의 원만한 성품, 탁월한 조정력이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야심 만만한 대권후보가 당대표가 됐을 경우 당내불협화, 대권경쟁의 조기과열, 권력누수현상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전총리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는 예방카드로도 유용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이전총리가 여소야대의 국회, 중진들이 움직이는 내부적인 불안정을 추슬러 나갈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아한 스타일의 이면에 나름대로 굳은 심지가 있다는 긍정론도 있고, 너무 성품이 부드러워 정치판을 끌어가기에는 벅찰 것이라는 부정론도 있다. 여권핵심부가 부정적인 시각에 경도되면 김명윤전국구당선자가 부각될 것이고 아예 이회창전총리를 대표로 발탁, 정치력을 시험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무수한 설, 다양한 품평 속에서도 정작 그는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있다. 그의 무심이 결코 무능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총리의 행보는 신중함, 겸양으로 비쳐지고 있다. 겸양으로 일관하는 자세와는 달리 서울대 교수, 저명한 정치학자, 통일부총리, 영국대사, 총리 등 그에게 따라붙는 경력은 하나하나가 묵직하다. 또한 그동안 맡았던 일들이 결코 가볍지않았지만 그는 소리나지 않고 무난히 처리해왔다. 때문에 이해가 엇갈리고 복선의 게임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도 이전총리가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다. 그래서 5월4일 귀국하는 순간부터 그는 남다른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