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집중보도 적절,전문 해설도 기대 한국일보를 생각할 때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어떠한 지면적 특성이 돋보일까.
우리나라 신문들은 종류는 다양하지만 지면구성의 특성상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념에 있어서 다소간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 차이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한국일보적인 것, 한국일보다운 것은 어떠한 것인가 하는 점이 주관심사로 떠오른다.
전체 지면의 종류별로 보면 한국일보가 아주 다양한 분야들을 제시해 주고 있어 독자들의 여러가지 욕구와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면외에 「국제」 「월드 리포트」 「환경」 「정보통신」등 다양한 지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와 「월드 리포트」는 내용이 충실하고 다룸의 정도가 깊어서 국제관련 사안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고 「뉴미디어」와 「정보통신」은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정보통신의 이모저모를 제공해 주어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지면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정보 중 상당량이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라기 보다는 기업들의 상품 소개 및 광고성 정보에 치우치고 있는 점이 다소 우려된다고 하겠다.
그러면 이러한 지면종류의 다양성이 한국일보의 특징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필자의 견해로는 한국일보의 강점은 역시 「정치」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대 총선에서도 한국일보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총선 전후의 오랜기간에 충실하게 정치현장을 다루어 왔다. 이 과정에서 「경마식보도」 「전장·대결구도 보도」 「지역연고 중심의 판세분석」 「바람몰이 세몰이식의 비정치적 요인 중시」 「미숙한 정치쟁점 파악」 「부정적 가십성의 부각」등의 다소간의 문제점을 노정시키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이와같은 강점을 지닌 정치면은 여전히 총선 이후의 정국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각 정당의 총선 이후의 체제개편, 정당내부의 갈등 및 긴장, 무소속 당선자들의 향배에 따른 정계의 움직임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차기 대권주자」관련 기사이다. 여당내부의 인사들 뿐만 아니라 야당인사들도 거론하면서 차기 대권후보 인사들에 대해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차기 대권주자에 관한 보도는 다소간의 문제를 낳고 있다. 즉 너무 이른 상태에서 대권문제를 거론한다는 점이다. 총선이 끝난지 이제 겨우 17일 지났고 총선 이후의 정계구도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대통령선거와 예상후보자들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지나친 정력낭비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 기사들 대부분은 추측과 추론에 근거한 것들이어서 오보로 판명될 경우 신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리고 작년 6·27선거에서부터 총선에 이르기까지 1년 내내 선거에 치중해 온 정치면 기사를 중단없이 내년의 대통령선거로 이어간다면 우리 사회 분위기를 지나치게 선거분위기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
당분간 대권주자에 대한 논의는 중단하고 보다 정치적인 현안들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구도, 민생중심의 정책 및 법안 검토, 국내외 주요사안들에 대한 정치적 대처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일보가 집중적으로 주목한 남·북관련 기사는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합의하에 제시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4자회담」에 대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북한의 반응과 움직임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자 한 노력은 돋보인다고 하겠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들과 관련된 기사들이 주로 각 국가의 정부각료들이나 대변인의 언급들을 정리하여 중계보도한 수준에 머물렀다는데 있다. 더욱이 우리 정부의 대응이나 대처도 지나치게 당국자들의 설명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주 중요한 이슈인 만큼 한국일보 나름의 독자적인 준비와 대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즉 다른 신문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탁월하고 수준높은 식견과 적확한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한국일보는 자신을 깊게 인상지울 수 있는 독특한 지면구성을 강구해야 하고 남북관련 문제와 같은 특정사안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과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전문성을 지녔으면 하는 바람이다.<백선기 경북대 교수·미미네소타대 신문학박사>백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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