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륜 영화 「유리」 부분삭제 요구에 제작진 반발/“수도승 섹스장면 삭제못해… 민간심의·등급제 돼야”/련단체들 간담회·서명운동·심포등 캠페인 예정도 영화 「유리」사태가 영화사전심의제도 철폐 요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감독협회를 중심으로 사전심의제를 없애고 완전등급심의제를 도입하자는 캠페인을 펼쳐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연윤리위원회가 「유리」(감독 양윤호)의 부분삭제를 요구하자 제작진이 반발하면서 심의철폐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
특히 「유리」는 5월11일부터 열리는 칸영화제의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라있고, 상업적 목적과는 거리가 먼 실험적 작품이어서 공륜의 삭제 요구는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작가 박상륭씨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영화화한 「유리」는 33세 수도승의 치열한 수행을 그리고 있다. 음양의 조화, 생명의 본질 등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감독은 수도승의 섹스와 살인을 집어넣었다.
공륜은 불교를 모독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특정 종단을 연상시키는 법복을 입거나 강간하는 장면 등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유리」에 나오는 법복은 중국, 홍콩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고 강간장면의 삭제는 전체 줄거리와 기획 의도를 크게 훼손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감독은 『상영을 못하더라도 필름을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두용 한국영화감독협회장은 『사전심의제는 군사정권에 의해 강요되어온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정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공륜이 창작물을 심의하고 삭제하는 전근대적 행위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영화에 대한 심의는 민간자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심의방법도 가위질이 아닌 관람가능한 연령을 구분해주는 완전등급제가 되어야 한다』고 부언한다. 이는 등급외 영화만 상영하는 성인전용 영화관의 설치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캠페인에는 시나리오작가협회 촬영감독협회 영화학회 영화평론가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캠페인은 시위형태가 아니라 직능단체별 간담회, 서명운동, 심포지엄등으로 전개된다.
현재 문화체육부가 사전심의제도 규정이 들어 있는 영화진흥법(7월1일부터 시행)의 시행령 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영화인들의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수년간 미뤄왔던 영화사전심의제도의 위헌여부를 곧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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