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하다. 맹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량하다고 했고, 순자는 악하다고 했다. 중국의 천태대사는 「한 마음 속에 지옥, 인간, 천상과 불의 세계에 이르는 선량한 세계와 악한 세계들을 모두 갖춘 삼천세계가 있다」는 성구설을 말한다. 이렇게 불교는 인간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악한 것(성악설)이나 착한 것(성선설)이 아니라 공간적으로는 삼천세계를 구비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중도의 것이라고 하였다. 연기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신앙의 출발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나의 현실은 과거 내가 지은 업보의 결과로 펼쳐진 현상임과 동시에 「미래세의 내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터전이다.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무한한 여백이 펼쳐져 있다. 하얀 운명의 여백 위에 무지개빛깔로 채색할 수도 있고, 어두운 잿빛의 그림을 그려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인간에게는 자기를 제어하고 갈고 닦는 자정능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사는 선량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과 비리, 그리고 끔찍한 강도 살인등 말세적 흉악범죄들을 다룬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를 슬프게 만든다. 이런 사건의 주인공들은 현실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의 처벌을 받을 것이고, 이승의 삶이 끝난 다음 그 영혼이 가는 곳은 지옥이나 축생의 길일 것이다. 불가에서는 「맹구우목」이라는 말로 인생을 표현한다. 인간으로 한 번 태어나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비유한 말로서, 심해의 눈먼 거북이 무수히 많은 나날을 헤엄쳐 떠돌다가 우연히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구멍 뚫린 통나무를 만나 그 구멍 속으로 한 번 빠져 나가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생의 가치는 소중한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출발점은 생명의 가치를 다시 깨닫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흉악범죄와 모든 비리가 사라지고 남녀노소가 서로 아끼고 화합하는 복지극락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김도원 천태종총무부장>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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