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초등교 「인터넷 수업」 싸고 논란/칠판 대신 컴퓨터 스크린/학생과의 사이 가로막아/수업용 프로그램도 미비 인터넷 돌풍이 교실안에까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최근 「인터넷 수업」의 학습효과를 놓고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초등학교중 절반 가량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0개가 넘는 초등학교에서 인터넷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인터넷 수업은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들이 학생들의 자질과 교육의 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까지 미국의 모든 교실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를 보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1세기 정보화사회를 향해 달릴 정보고속도로(인포메이션 하이웨이)를 구축, 세계를 지배한다는 야심을 충족시키려면 어린이들에 대한 인터넷 교육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휘트먼 뉴저지주지사도 올해부터 공립 초등학교에서의 인터넷 수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정부들도 인터넷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옹호론자들은 『인터넷 수업은 학생들의 손가락 끝에 인류의 모든 정보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어떤 학습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또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부차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대다수 교사들의 생각은 이같은 장밋빛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교사들은 미래의 삶에 꼭 필요한 인터넷 교육을 초등학교때부터 실시한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업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없고 교사들에게 충분한 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현재의 인터넷 수업은 학생들에게 혼란만을 주고 있다고 항변한다.
우선 교과과정과 무관하게 엄청난 자료를 쏟아내는 인터넷 정보를 접한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은 무시한 채 자기가 읽은 내용만이 진리인 양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또 수업에 적합하도록 짜여진 커리큘럼이나 도서관의 목록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없어 발생하는 부작용에 속수무책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생물」을 선택하면 수만개의 항목이 스크린에 나타나 이중 수업에 필요한 항목을 찾아내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실정이다.
뉴저지주 모감 초등학교 메리 덴버 교사는 『인터넷 정보를 산수등 실제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지 모르겠다』며 『학생들도 체계적인 학습은 외면한 채 짜깁기식 정보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잦은 접속실패는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일부 교사들은 또 칠판대신 등장한 컴퓨터 스크린은 학생과 교사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가로막고 있으며 교실은 「실리콘 공장」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은 잘못됐으며 교사들이 칠판을 통해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학습방법은 없다는 주장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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