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료없고 일반기전 성적 반영안돼/전체기사의 20% 대회자체까지 외면 바둑계 일각에서 승단대회 무용론이 일고 있다. 기사들에게 부담만 줄뿐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승단대회를 개선하거나 폐지하자는 것. 프로기사들은 최하 연간 20국, 평균 40∼50여국을 두어 실력을 검증받고 있는데 별도로 승단을 위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일종의 낭비행위라는 지적이다.
현재 승단대회는 각자 연간 10국씩 대국, 그 성적을 누계해 일정기준을 넘을 경우 한 단씩 승단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반기전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승단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승단대회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대국료가 없다는 것. 바둑이 생업인데 대국료가 없으니 성의있게 바둑을 둘리가 없다. 승단을 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단위가 높다고 특별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며 돈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대회 자체를 거부하는 기사들도 많아 매년 전체의 20%가량은 승단대회를 외면하고 있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기사들로 나가봤자 고생만 하고 승단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29일 시작되는 올해 대회에도 초단에서 8단까지 출전대상자 125명(9단은 승단대회에 참가치 않음) 가운데 78.4%인 98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또 요즘처럼 국내외 대회가 폭주하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기사들은 승단대회가 큰 부담이 된다. 지난달 기사회가 이창호와 유창혁7단의 9단으로의 특별승단을 건의키로 한 것도 연간 100국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대국부담을 줄여주어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게 하자는 뜻이었다.
요즘 거론되고 있는 개선방안 중 하나는 승단대회를 폐지하고 일반기전의 성적을 토대로 일정기준을 적용, 승단을 시키자는 것. 아니면 승단대회는 존속시키더라도 일반기전 성적이 좋은 기사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승단대회 대국수가 연간 10국으로 제한돼 있어 매번 전승을 해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승단할 수 있었지만 이 제도를 적용하면 한 해에 2∼3단씩 승단도 할 수 있다.
이창호 유창혁의 특별승단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온 기사들도 이 방안에는 호의적이다. 한 9단기사는 『갑자기 규칙을 개정, 한 번에 몇 단씩 승단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일반 기전의 성적이 좋으면 한 해에도 몇단씩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등 제도 자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기원 소속 전문기사회는 29일 총회를 열어 지난달 열린 대의원회에서 거론된 이창호 유창혁7단의 특별승단 문제와 승단제도 전반을 폭넓게 토의할 예정이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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