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울창한 수림지대가 하루 아침에 잿더미의 골로 변하고 평화롭던 산간마을이 초토화한 피해현장은 산불이 전쟁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성의 거대 산불은 군부대 사격장에서 불량폭발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튄 불씨가 발단이 됐다. 매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군부대주변 산불이 화제를 모았다. 앞서 7명의 희생자를 낸 동두천 산불은 미군사격훈련과정에서 나온 불똥이 화근이었다. 군사격장 주변의 산불은 강원도의 경우 전체 39건중 36%인 14건이나 된다. 육군은 고성산불의 책임을 물어 군관련자를 구속했다. 따지자면 산불은 관련자 한두 명의 조치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국이나 군은 고성 산불을 계기로 일선지역의 산불예방과 방재를 군작전개념에 넣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또 일선지역이 아니더라도 내무부, 산림청, 시·도등 관련관청 및 지역 의용소방대등과 공동으로 곳곳에 수시 동원 가능한 합동방재체제를 구축해 대형산불에 대처하는 것은 어떨지. 합동방재센터, 기동방재단, 산악소방기동대같은 구성체를 그 예로 들 만하다. 여기에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효율성이 큰 과학적 장비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산불피해는 가시적인 산림자원, 재산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산림이 불타 없어지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바이오매스(생물량)의 재생산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홍수해 산사태 풍해 눈사태등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력도 잃게 된다. 물을 정화시키는 힘도 잃게 되고 토양의 중화작용력도 없어진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산불방재에 대한 인식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최신의 소방장비, 중요방재설비가 더 이상 도시에만 집중돼 있어서는 안된다. 일선산악지역, 광역산림지역, 문화재밀집지역등에 소방 또는 방재거점을 확보하고 방재헬기, 자동화재탐지설비, 가압소화전, 포소화설비, 동력소방펌프같은 중요장비의 동원태세를 갖춰둔다면 비상시 고성산불같은 대형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큰 산불 냈다고 군수 시장의 목을 날리던 무지한 원시시대는 벌써 지났다. 산불예방·진압의 체제 기술 인력은 이제 국민재산안보 차원에서 보다 조직화, 과학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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