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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맛 조미료맛(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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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맛 조미료맛(천자춘추)

입력
199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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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제주도 유채꽃은 유난히 샛노란 것 같다. 북한산 진달래능선에도 진달래꽃이 잔뜩 꽃망울을 터뜨리고 양지바른 쪽 백목련 개나리도 흐드러지고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들이 익어가는 봄내음을 물씬물씬 풍긴다.얼마전 남쪽의 L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전날 과음한 탓도 있고 하여 새벽에 맛있는 해장국이 먹고 싶어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에게 『소문난 콩나물 해장국집으로 갑시다』하였더니 『모르겠는데요』하는 것이었다. 『아니 기사가 모르면 누가 압니까』 『모르겠는데요』 『아니 다른 도시에서는 기사분들이 모르는 것이 없던데 여긴 어찌된 일입니까』 하였더니 『저는 매식을 안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왜요?』 『조미료 때문에 매식 안한지 오래됐습니다』 한다. 조미료공해에 대한 염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우리 음식의 고유한 맛이 많이 실종되고 있다. 그 모두가 무진장으로 소비되고 있는 조미료 탓이다. 우리 고유한 양념에 어머니 할머니의 손 끝에서 나오던 음식맛이 대량소비와 인건비에 밀려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제주도에서 먹는 생선매운탕이나 강화도에서 먹는 생선매운탕이나 서울에서 먹는 생선매운탕이 다 그 맛이 그 맛이다. 맵고 짠 것 빼고는 다 조미료 맛이다. 한 술 더 떠 민물생선이나 바다생선이나 똑같은 맛이다. 생선 나는 데에 따른 독특한 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모르거나 잊어버리고 음식을 먹고 있다. 젊은 친구들은 더욱 심하다. 조미료 맛을 우리 맛으로 착각하고 있다. 세상에 음식을 속이고 혓바닥을 사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머니들 사이에서 우리맛 찾기 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할 것같다.

가까운 친구가 일본식 우동집을 차렸는데 주방장이 우동국물에 조미료를 엄청나게 쏟아 붓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로라 하는 유명인사가 들러서 우동맛을 보더니 『역시 이 맛이야!』하더란다. 젊으나 늙으나 혀가 마비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울한 일이다.<권성덕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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