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한국적 멋과 현대미 조화에 힘쓰죠”디자이너 이정우씨(38)에게는 언제나 「디자이너 이영희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이 꼬리표 만큼이나 이정우씨 스스로도 자신을 어머니와 일심동체, 즉 「이영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는 어머니 이영희씨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어머니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대 약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주부생활을 하던 그는 86년 어머니를 돕는 것으로 뒤늦게 패션계에 들어섰다. 모든 것을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80년대 중반, 한복디자이너로서 어머니가 우리옷의 선, 색, 형태를 살린 작품으로 파리 컬렉션 진출을 꿈꿨을 때 그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당시 우리옷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패션의 본고장에 진출하겠다는 어머니의 생각이 너무나 참신하고 멋있어서 두말 않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는 그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었다. 브랜드 「이영희」의 경우, 어머니가 전체적인 틀을 제시하면 옷의 소재와 색상을 고르는 것은 주로 그의 몫이다. 간혹 전통 우리 옷에 대한 어머니의 견해와 모던한 것을 좋아하는 그가 의견차이를 빚을 때도 있지만 두사람은 혈연과 오랜 공동작업으로 조화의 지혜를 터득했다.
지난해 시작한 브랜드 「사피」도 그의 책임이다. 「사피」는 디자이너 이정우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사피의 기본적인 제품 컨셉트는 동서양 고금, 세대간의 하모니로 「이영희」와 같아요. 하지만 「사피」는 보다 모던하고 실용적이죠』젊고 똑부러지는 성격의 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의 옷을 입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브랜드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 9월에는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기시작하고 곧 향수도 내놓을 계획이다.
앞으로 이정우씨의 꿈은 『「샤넬」처럼 「이영희」를 세대를 이어가며 세계 시장에 존재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늘 어머니 옷의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존경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 패션 시장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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