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총선 당선자들 가운데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3명이 정치적 좌표와 당적을 바꿔 국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무소속의 김재천·원유철 당선자가 신한국당에 입당하고 자민련의 김화남 당선자가 탈당한 것이 그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당선자가 이적을 할는지 모른다. 주권자인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어이가 없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국회의원의 당선은 곧 그의 정견과 정책 및 정치적 노선을 승인받는 것이어서 국민―지역주민의 동의없이는 당적이나 정치적 입지를 함부로 옮길 수 없고 또 옮겨서는 안되는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물론 당적변경을 규제하는 법규는 없다. 하지만 후보자가 심판을 받아 당선된다는 것은 선거운동 기간중 공약과 정견등 모든 것을 준수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어서 국민의 심부름꾼이자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신의와 도의의 문제다. 만일 선거때 당선된 후 어느 당으로 가겠다고 천명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러한 공약의 예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것이다.
때문에 당적을 옮길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을 뽑아준 주민―유권자들의 양해를 얻어야만 한다. 10만∼20만명의 모든 주민들에게 실제로 일일이 승인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지구당의 대의원들과 지지자들, 지역내 여론형성층의 양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구미선진민주국가에서 주민동의없는 당적변경은 정치생명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들의 당적변경에 대해 매우 나쁜 인식을 지니고 있다. 사전동의과정도 없이 오직 장래의 정치적 이익보장과 편의에 의해 철새처럼 이당 저당으로 옮긴 숱한 전례를 기억하고 있다. 더구나 바로 14대 국회는 의원들의 당적변경이 가장 극심했고 일부 의원은 3∼4차례씩 옮기는 어두운 기록을 남겼던 것이다.
본인들도 문제지만 각정당 역시 선거때 국민이 그려준 여야의 세력판도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4·11총선결과 여당(1백39석)과 야3당(1백44석) 무소속(16석)의 소위 여소야소의 판도는 여의 일방 독주와 야의 무조건 반대·투쟁이란 구태(구태)정치를 탈피, 실로 겸손한 자세로 상호존중속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메시지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건 일부 의원들이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당적을 바꾸고 일부 당이 영입을 서두르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15대 국회가 일정기간 운영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동의속에 자연스럽게 당적을 바꾸는 것이 순리다. 그러기 전의 당적변경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급한가. 온 국민이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철새모습」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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