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4자회담 등 끌어내기 정지/신코콤체제 등 제재여지는 여전히 남겨 미국무부가 북한을 테러국가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은 향후 전개될 북·미간 각종 접촉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테러국 명단 삭제가 곧바로 북한과의 정치 경제적 협력을 수반하는 것이 아닌 만큼 향후 대북협상을 북한의 대응태도에 따라 오히려 유연하게 조절해 나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번 결정을 『북·미관계개선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전 참전 미군유해 송환협상과 미사일 협상등 북·미간 양자협상은 물론 한반도 4자회담등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주자는게 미국의 생각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북·미간 관계개선을 선언한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 추가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신코콤(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체제를 발족시키는 등 관계개선 의지가 없다고 반발해 왔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빗장을 한 단계 제거함으로써 북한의 적극성을 유도할 수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최근 북한이 미국과의 각종 접촉에서「과거보다 덜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는 평가가 포함돼 있다. 북한은 한미양국이 제의한 4자회담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뒤 최근 각종 대미접촉에서 「미국의 진의」를 거듭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열린 베를린 미사일 협상의 경우 북·미 양측이 서로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끝났지만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온 것 자체를 미국은 의미있게 보고 있다.
또 이달중 열릴 예정이던 한국전 참전미군 유해 송환협상을 북한측이 내달초로 연기하자고 제의한 것도 미국의 진의를 좀 더 파악할 시간을 갖자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무부와 접촉한 북한 관리들은 한결같이 『북한이 미국뿐 아니라 서방세계 각국들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고있으나 미국의 「법적 제재」때문에 좌절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상징적인 제재 완화조치를 강력히 요청했다.
결국 미국은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테러국 지정에 유연성을 보임으로써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테러국 명단에서 삭제된 후에도 신코콤체제 발족이나 다른 미국내법에 의해 북·미간 경제협력이 충분히 저지될 수있을 것임을 북한측에 주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의회의 경우만해도 북한에 부정적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있음을 감안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미행정부는 북한이 곧이어 열릴 각종 북·미 협상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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