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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룸」/역사성 배제 가상 공간 설정 “눈길”(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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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룸」/역사성 배제 가상 공간 설정 “눈길”(영화평)

입력
199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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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접촉 도외시 단순한 재미만 강요 공허감도젊은 감독 네명이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 「포 룸」은 신세대 감독들이 앞으로 만들 영화적 특성에 대한 징후를 읽게 한다. 이들은 영화에 대한 진지한 의미부여 보다는 영화를 통한 유희에 관객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앞 세대 감독들이 모여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든 영화들은 그 세대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독들의 각기 다른 관점과 해석이 투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90년대 감독들이 모여 만든 「포 룸」은 역사성과 사회성이 배제되어 있고 설정된 공간도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가상현실이다. 또한 「포 룸」은 90년대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영화 장르간의 절충, 모방, 혼합 등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신세대 관객의 기호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 룸」은 호텔 웨이터가 네개의 방에서 겪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그린 영화로 각 방의 에피소드를 네명의 감독이 나누어 연출했다. 여성감독 앨리슨 앤더스는 「환생한 스트립걸」에서 마녀놀이를 끌어들이고 여성의 매력을 유머러스한 특수효과로 표현했다. 이것은 남성주의 시각을 정면으로 부정하려는 의지가 담긴 페미니즘 영화의 원류에서 벗어난다.

로베르트 로드리게스감독의 「악동들」은 전통적인 이야기 구성및 영화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할리우드 영화양식을 통해 관객을 흡입한다. 자유로운 편집과 역동감 넘치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그의 의도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온 사나이」의 영화장치로 선택한 길게 찍기 방식은 관객의 감성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기법이다. 그러나 타란티노는 이를 쉬지 않고 떠드는 말장난을 담기 위한 재미와 유희의 장치로 이용, 보편적인 영화양식 개념의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

「포 룸」은 신세대 감독들의 영화도서관 헤집기의 재치와 위트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 시대 우리 삶에 대한 규정과 의미가 상실되고 모호해지고 있을지라도, 사회와의 접촉이 도외시 된 이 작품은 공허감을 준다. 전통적 양식에 대한 뒤집기와 뒤섞기를 통한 새로운 영화적 재미추구가 우리들 삶의 공감대와 유리된 채 단순한 재미만 강요하고 있다면, 그것도 오래지 않아 관객들에게 또다른 피곤함과 진부함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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