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당과 정치인들처럼 걸핏하면 민주주의와 민주정치를 요란하게 들먹이는 일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말뿐이고 실천을 외면한채 지도자들에 의한 비민주적인 1인체제로 일관해 오고 있는 것이 우리정치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소속의원들의 자유로운 비밀투표로 신임 원내총무를 선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바로 전날 자유민주연합의 김종필총재가 원내총무를 임명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가 된다.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일선당원의 의사에 따라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또 자유로운 비판과 언로가 보장될 때 민의를 다양하게 수렴할 수 있고 당은 보다 창의적이고 활기있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당내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고 수직적이고 하향식으로 운영될 때 온갖 부작용속에 침체에 빠지게 마련이다. 최소한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원내활동을 지휘하는 총무의 선출은 의원들의 자유선택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여당은 주요당직의 임명제등 관료적인 획일체제를 고수해 왔었다. 따라서 95년 1월 당시 민자당이 집권당 사상 처음으로 총무경선제와 함께 15대 국회의원 후보의 지구당추천 방침을 세운 것은 실로 획기적인 조치였었다.
그러나 6·27지방선거에 패배하자 실시 7개월만에 총재가 「당을 직접 챙기겠다」는 친정선언아래 총무를 사실상 임명제로 하고 지구당선거인단에 의한 후보추천을 백지화했다. 이는 스스로 내세운 정치개혁과 당의 국제화 세계화에 위배될뿐더러 정치개혁법이 지향하는 당내 민주화정신을 정면으로 외면한 것으로 실로 어이가 없다.
물론 이같이 총재가 사실상 당을 완전히 장악, 관장하는 1인체제는 소위 치열한 3김 경쟁과 대결로 빚어진 결과임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21세기에 대비하여 구태정치의 탈피에 의한 새정치, 생산적이고 과학적인 정치를 구현키로 했다면 내주 소집될 전국위에서 당헌을 개정, 의원들의 자유로운 총무선출과 지구당대의원단에서의 각종 공직후보선출 등을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또 대통령후보 선출규정을 더욱 민주적으로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내년 대통령선거전략을 보다 탄탄하게 준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제 신한국당은 지난날 역대 집권당의 운영방식을 다시 새겨 쇄신과 침체의 두 길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국민은 당연히 정치개혁과 참다운 민주화를 실천하여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책임있는 면모를 보일 것을 원하고 있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의 큰 흐름인만큼 신한국당은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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