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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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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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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군사정부시절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를 「한국은행장」으로 호칭을 해서 금융계에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같은 은행인데 은행장으로 부르는 게 별로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명색이 경제를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그런 호칭은 농담으로도 하기 어려운 말이다. ◆한국은행은 말만 은행이지 실제 하는 일은 은행업무가 아니다. 한 나라의 통화를 제조 관리하고 그 통화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이 주임무다. 비실물금융자산이나 화폐소득에 의존하는 대다수 국민들이나 봉급생활자들에게 화폐가치의 안정이 의미하는 것은 재산가치의 보존과 소득의 안정이다. ◆민생을 보호하고 안정시켜주는 호민관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장을 특별히 총재라 호칭하는 것이며 어느 나라에서나 각별한 예우를 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데서는 통화나 금리문제를 갖고 중앙은행 총재가 대통령과도 맞서고 의견이 다른 재무장관을 물러나게도 한다. ◆물가와 민생이 안정된 선진국일수록 중앙은행은 예우를 받고 독립적이며 정정이 불안하고 인플레가 심한 후진국일수록 중앙은행은 초라하다. 권력의 시녀가 되고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고 따르는 것이 당연하게 돼 있다. 중앙은행의 위상이 그 나라 경제의 수준을 말해 준다고도 한다. ◆감사원이 안전관리의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를 주의 조치토록 한 것이 「한국은행장」이라는 호칭만큼이나 금융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외토픽에 날 만한 일이다. 중앙은행을 이해하는 정부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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