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공정한 세력」 필요” 차별화 전략이한동 국회부의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신중한 처신으로 일관해온 그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권내에 대권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다. 이부의장도 다른 대권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물밑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임기추상 대인춘풍」 이부의장이 좋아하는 글귀이다.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릿발같이 하고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한다는 뜻이다. 다소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외모때문에 형성된 강성이미지를 완화하기 위해 그는 사진기자들 앞에서 일부러 웃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기도 한다. 대권가도를 향한 이부의장의 신발끈매기는 이처럼 세심한 부분에서 출발한다.
이부의장은 25일 저녁 경희대에서 「15대총선 이후의 바람직한 국정방향」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총선평가부터 21세기 지도자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24일 저녁에는 경기·인천지역 신한국당 당선자들을 초청해 축하모임을 가졌다. 특유의 호방함으로 단합을 유도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낮에는 이 지역 낙선자들과 위로오찬을 하기도 했다.
여권의 대권주자중에서 이부의장은 비교적 확고한 출마의지를 밝혀온 편이다. 미국 루스벨트대통령 관련서적을 탐독하는 등 나름대로 대통령학을 연구하기도 했다. 경세에 대한 그의 식견은 대권주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필자민련총재가 민자당대표위원시절 『당내에서 얘기가 통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평가했을 정도이다. 그는 최근들어 『16대 총선에 나가지 않게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아직 공식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분명한 도전의사 표명은 세확산에 도움을 주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부의장은 정치권 내부에서의 평가에 비해 전국적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게 여권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총선이후의 여권전체 분위기는 기존 당내인사보다는 영입인사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부의장 진영은 전혀 개의치 않고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이부의장의 이미지가 보수쪽에 가깝지만 「안정속의 개혁」이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 총선막판에 이부의장이 서울에 긴급투입된 사실에서 보듯 안정론은 여권의 가장 큰 무기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또 이부의장측이 다른 주자들과 비교하는 차별화 전략은 검증된 정치경력과 그의 「국민통합지도자론」이다. 이부의장은 경희대특강에서 『차기 지도자는 검증받은 리더십과 깨끗한 경륜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정치 제1의 과제는 지역갈등 해결과 국민통합』이라며 『이를위해 각 지역의 입장을 거중조정할 수 있는 공정한 세력의 등장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중부권의 맹주를 자임하는 이부의장이 과연 기성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공정한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지는 그가 개척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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