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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32년 마감 “공존의 길”/이­팔레스타인 상호인정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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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32년 마감 “공존의 길”/이­팔레스타인 상호인정 의미

입력
199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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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대상」 규정 서로 삭제 실체수용/페레스·아라파트 립지강화 효과도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은 이스라엘 건국 48주년인 24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에게 매우 뜻깊은 선물을 안겨줬다. 이스라엘 자치지역내 200만명과 국외에 거주하는 400만명 등 600여만명의 팔레스타인 민족 전체를 대표하는 민족평의회(PNC)가 이날 압도적으로 헌법격인 헌장에서 이스라엘 타도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이 더이상 이스라엘을 무력타도의 대상이 아닌 공존과 화해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동평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되게 됐다. 64년 팔레스타인 망명정부 수립과 함께 32년동안 계속돼온 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무력투쟁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는 큰 의미를 지닌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의회격인 PNC가 헌장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 내용은 크게 두가지. 「팔레스타인은 시오니즘(유대주의) 타도를 목표로 한다」와 「무장투쟁만이 팔레스타인민족 해방의 유일한 길」이라는 두 조항이다.

이스라엘측은 그동안 이 조항들을 자국의 안위를 직접 위협하는 독소 조항으로 규정, 팔레스타인과의 작년 9월 자치확대협상때부터 삭제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특히 페레스총리는 팔레스타인측이 3단계 자치확대 협상 개시전인 5월9일까지 헌장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중동평화 과정도 중단할 수 있다는 위협도 불사해왔다. 이 때문에 PNC의 이번 결정은 5월29일 총선을 앞둔 페레스에게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선물」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하마스 등 강경파의 되풀이된 대이스라엘공격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던 아라파트의장에게도 적지않은 정치적 승리이다. 아라파트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자신이 이끄는 PLO내 최대정파인 파타파를 총동원, 헌장개정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등 강경파의 책동을 억제하면서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매끄러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한편 페레스총리의 노동당은 25일 이번 조치에 상응,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에 반대해온 기존 당강령을 폐기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관계는 한층 무르익을 분위기이다. 하지만 레바논사태에서 엿볼 수있듯 이스라엘과 강경 아랍세력간의 극단적인 대립은 여전히 평화를 위협하는 변수로 남아있다.<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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