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아홉살 아들 열나며 쓰러져 경련/뇌파검사 “이상없다” 불구 또 발작/뇌 정밀검사 결과 간질 진단받아
6개월전 집에서 가족과 TV를 보던 중이었다. 아홉살된 아들이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시늉을 하더니 5분정도 의식을 잃은 채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는 곧 깨어나 처음엔 단순히 과식으로 인한 급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 지 약 한달 뒤 아이가 학교 조회시간에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이 왔다. 집근처 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뇌파검사후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며칠뒤 또다시 아이가 하교길에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황급히 가보니 입술이 깨지고 손발은 상처투성이인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대학병원에 데리고 가 혈액 뇌파 뇌CT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어렸을 때 열만 나면 수없이 경련을 일으켰다는 말도 의사에게 전했다. 의사는 간질이라며 항경련제를 3년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떻게 간질환자를 간호할 수 있을까 크게 우려했지만 약을 복용한 뒤 아직 한번도 발작증상없이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김지민 어머니·서울 서초구 서초동>김지민>
▷주치의 소견◁
◎항경련제 3년간 규칙적 복용원칙/열성경련 방치땐 난치성으로 진행
많은 부모들은 아기가 고열로 인한 열성경련을 일으킬때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내버려두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옳지 못하다. 열성경련을 일으키는 많은 어린이가 나중에 간질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특히 간질로 발작을 일으키는 초기환자중 뇌파검사 결과 정상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전체의 20∼30%가 넘는다. 뇌파검사 결과만 믿고 치료를 미룬 것은 현명치 못한 판단이었다.
진찰결과 이상이 있거나 발작시간이 15분이상 지속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특히 좌우 팔다리중 한쪽만 경련을 일으키는 국소발작일 경우, 그리고 가족중 간질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항경련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이 환자의 병력을 보면 여러차례 경련성 발작이 있었는데 이처럼 간질을 치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면 난치성 간질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난치성 간질로 이행되면 발작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횟수도 많아지며 때로는 항경련제로 잘 치료되지 않기도 한다.
항경련제는 3년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면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 불규칙한 생활이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환자가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과표를 만들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규적으로 약물을 복용할 경우 환자의 70∼80%정도는 완치할 수 있다.<황경태 가톨릭대학교·강남성모병원 소아과과장>황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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