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생활 너무 재미있어요”/예술단 방문땐 「화려한 서울」 속임수로 알아/남편 곧 금융사 취직·두아이 입학 꿈 부풀어신영희씨(34)의 「남조선」생활은 무척 재미있다. 「남조선」TV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내용의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브라운관에 비쳐지는 산뜻한 세트와 예쁜 탤런트들, 특히 주말드라마에 나오는 「김희선」이라는 여자 탤런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깜찍하고 예쁘게만 보인다. 거리의 자동차홍수를 보고 짜증을 낼 만큼 서울생활도 벌써 익숙해졌다.
지난해 12월12일 남편 최세웅씨(34·전북한대성총국 유럽지사장)와 함께 두자녀를 데리고 귀순한 전북한만수대예술단 소속 무용배우 신영희씨에게 요즘 서울 생활은 「신기한 것 투성이」에다 「깨소금」그 자체다. 신씨는 24일 상오 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편, 두 아이들과 함께 서울생활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85년 9월 남북예술단 교환공연때 처음 본 서울과는 영 딴판입니다. 그때는 모든 것이 「속임수」인 줄 알았고 화려한 빌딩뒤에는 그늘진 뒷골목이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4개월여 직접 살아보니 서울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문과 TV를 통해 보도되는 정직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씨는 이제 휘황찬란한 간판들과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를 보고 더이상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총선 개표방송때 느꼈던 가벼운 흥분, 89년 평양축전때 「북한 인민들의 스타」였던 임수경씨가 어엿한 주부가 됐다는 사실, 평양에서 알고 지내던 귀순자 김용씨를 서울에서 만난 일 등이 신씨의 서울 사는 재미를 늘려주고 있다.
신씨가 서울과 평양의 차이점을 처음 실감한 계기는 자신이 주연을 맡아 지방 순회공연까지 마친 서울시립가무단의 뮤지컬 「시집가는 날」 연습때. 평양에서는 무용연습이 매스게임 훈련처럼 딱딱하고 엄격했지만 이곳은 손가락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만큼 자상하기만 했다. 쉬는 시간에 단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모습은 또하나의 충격이었다.
신씨에게 5월은 더욱 기대되는 달이다. 외환딜러였던 남편이 곧 금융회사에 취직하고 아홉살과 일곱살인 두 아이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는 대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때부턴 진짜 서울 시민답게 살아갈 자신이 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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