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런던마라톤에서 멕시코의 디오니시오 세론(31)이 3연패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또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서 한국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여자사격의 여갑순이 애틀랜타올림픽 출전자격을 획득지 못해 구제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기사를 쓰면서 다시 한번 황영조(26)를 생각하게 됐다.지난 15일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노력끝에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한 동료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마라톤을 그만 두겠다」며 은퇴를 선언한 황은 마음 정리를 위해 23일 외국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의 은퇴는 7월의 올림픽 개막을 기다리는 국민들에게는 허전함을 남겼고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면 이는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황영조는 올림픽 2연패가 가능하든 아니든 일단 우리에게 설렘과 기대를 주는 영웅이었다.
그는 분명 억울한 마음을 갖고 떠났다.
마라톤은 코스와 기후등 환경과 상대선수가 기록에 큰 영향을 미쳐 무엇보다 레이스 운영능력이 중요시 되는 경기이다. 단순한 기록비교는 의미가 없다. 때문에 2개 선발전의 기록으로 대표를 뽑기보다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를 모두 제패한 황영조에게 우선 한국이 보유한 올림픽 티켓 3장중 하나를 떼어 주어야 했다는 게 육상 관계자와 대부분 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럼에도 그가 『룰은 지켜져야 한다』며 떠날 때 한국일보는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황영조에 대한 섭섭함과 비난의 소리도 있다. 그는 금메달리스트 이전에 스포츠맨이다. 올림픽 2연패만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올림픽같이 화려한 무대에서만 뛰겠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나이도 젊다. 런던마라톤을 3연패한 세론은 만 29세부터 연속 우승한 것이다.
마라토너는 30대가 전성기이다.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스포츠에서는 안 맞는다.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자신과 싸우는 것이 스포츠정신이다. 올림픽 2연패의 기회를 잃었다고 은퇴한다면 메달 한번 걸어 보지 못하면서도 땀을 쏟는 수많은 그의 동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황은 『올림픽 2연패의 부담감 없이 세계의 전통있는 대회를 돌며 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와 새로 마라톤을 시작한다면 팬들은 이 「국민적 영웅」에 더 많은 사랑과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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