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마다 중구난방 대러 「피의 보복전」 우려/중심잃은 반군측 의외로 대화나설 가능성도체첸의 대러시아항전을 독려해온 반군 최고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가 21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체첸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체첸반군을 대표해온 두다예프가 사망함으로써 반군의 각 파벌들이 제각기 독자적인 무장투쟁에 나설 것이 뻔해 러시아가 대화를 통해 체첸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는 일단 어려워질 전망이다.
163개 부족으로 이뤄진 체첸반군은 10여개 무장세력으로 나눠져 있으나 그동안 두다예프를 중심으로 연대투쟁을 벌여 왔으며 러시아도 어쩔 수 없이 그를 평화협상 상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다예프가 사망했기 때문에 체첸반군은 「피의 보복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부됴노프스크 인질사태를 주도한 샤밀 바사예프와 같은 야전지휘관들이 또 러시아를 상대로 대규모 인질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바사예프 외에도 체첸반군측에는 「죽음을 불사하는」야전지휘관들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 보복전」이 시작되면 즉각적인 전투중지를 규정한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평화안은 채 한달도 되기전에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대선은 체첸의 소용돌이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그동안 러시아군의 반군기지에 대한 무차별 로켓포 공격등 이른바 「초토화 작전」이 두다예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목조르기」 카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심축을 잃은 반군세력들이 의외로 쉽게 협상테이블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러시아군이 두다예프의 은신처로 알려진 지역에 대해 대대적 폭격을 벌여 온 것도 그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물론 두다예프를 대신할 후계인물이 과연 누가 될 것이냐에 따라 협상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타르 타스통신등 러시아언론들은 체첸반군들이 부통령이었던 제림한 얀다르비예프를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두다예프의 사망에 따라 체첸반군측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경우 옐친은 오히려 모스크바 핵안전 정상회담의 성과에다 체첸사태의 해결가능성으로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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