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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녀 비행사」의 좌절(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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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녀 비행사」의 좌절(프리즘)

입력
199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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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미국 대륙횡단 기록에 도전했던 일곱살 소녀 제시카양이 타고 있던 세스나 177B기가 11일 추락했을 때 CNN등 주요 방송들은 이를 톱 뉴스로 전했다. 방송들은 제시카가 「여성 비행」 글귀가 쓰여진 모자를 쓴 모습을 되풀이 방영하며 『한 소녀의 꿈이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고 슬퍼했다.유수 신문은 물론 타임지도 22일자에서 제시카의 죽음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는 등 이번 사고는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국민의 반향도 그만큼 컸다. 신문독자란에는 연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사고의 원인과 교훈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나섰다.

이들은 악천후속에 비행을 강행한 것은 부모의 과욕때문이며 이는 상식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고전에는 「용감한 소녀」라고 치켜세웠다가 「제시카의 비행은 잘못」이라고 돌변한 매스컴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예 법을 바꾸어 미성년자는 비행기 조종간을 잡지 못하게 하는 등 어린이들을 기록경쟁으로 내모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연 제시카의 죽음은 부모의 과욕과 매스컴의 무책임이 낳은 참사라고만 할 수 있을까. 부모의 욕심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그보다는 도전과 개척정신이 뿌리내린 미국사회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어느 분야든 「최고」를 귀하게 대접해주는 사회분위기와 개척정신이 살아있는 한 제2의 제시카는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은 담가야 하듯이 위험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모험은 계속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CNN 방송이 사고후 제시카와 비슷한 희망을 가진 어린이들을 인터뷰했을 때도 대다수는 이번 사고때문에 자신들의 꿈을 꺾을 수는없다고 말했다.

부모는 자녀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인도할 책임이 있다. 더구나 악천후속에 발생한 이번 사고에서는 책임을 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자녀들이 스스로 택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북돋아주는 미국 부모들을 무작정 탓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화초처럼 키우며 적성에는 상관없이 아이들을 각종 학원으로 내모는 한국 부모들이 배울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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