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금까지의 소위 주체 경제노선에서 탈피하여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척등 개방의 의지를 밝힌 것은 시기적으로 주목할 만 하다. 이는 곧 사회주의식 폐쇄경제로는 파탄된 경제를 도저히 소생시킬 수 없어 결국 더 이상 북한공산체제의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북한의 공산정권은 1946년부터 58년까지 모든 생산수단에 대한 국가소유화, 즉 사회주의 체제를 완성하고 폐쇄경제, 주체경제에 의한 자력갱생의 노선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80년대들어 경제난으로 합영법을 제정, 외국자본의 투자를 추진했고, 공산체제가 붕괴되자 91년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선포했음에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 93년12월에는 김일성이 정권수립 후 처음으로 3차7개년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고 농업·경공업·무역등 3대제일주의를 펼쳤으나 오늘의 북한경제는 식량난·에너지난속에 완전파탄, 세계에 식량을 구걸하는 형편에 이른 것이다.
북한의 경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독재체제유지, 우상화작업, 국방비 등에 과도하게 예산을 투입, 낭비한 탓도 있지만 당·정·군이 제각기 재정을 확보하고 예산을 멋대로 운영한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 과거 중국이 모택동(마오쩌둥) 사망 후 77년8월 11전대회에서 자력갱생탈피·대외개방정책을 채택하고 79년부터 대외개방을 실천하여 오늘날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김정우 대외경제위부위원장이 미대학의 세미나에서 밝힌 개방의 방향은 그러나 문제점이 많다. 즉 내부적인 체제와 운영관행은 그대로 둔채 외자유치와 함께 대외시장 개척만하겠다는 것이고 자본주의 논리도 대외시장진출 논리만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개방은 과감하고 전면적인 내부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처럼 내부적으로 각종 제도를 시장원칙에 맞게 바꾸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하고 외국인들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개방을 꾀할 때 외국자본도 신뢰를 갖고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김정우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까지 가서 개방을 밝힌 것은 미국 조야에 대해 관계개선과 투자유치를 겨냥한 정치적인 제스처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개방의지가 북한이 장차 실질적인 개혁·개방으로 가는 첫 신호로 믿고자 한다. 북한의 체제와 주민이 살고 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는 길은 폐쇄적인 자력갱생 정책에서 벗어나 과감한 개혁·개방에 의해 자유시장 경제로 서서히 전환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할 때 누구보다도 남한의 정부와 국민·기업인들은 북한의 자세변화에 적극 협력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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