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금리정책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 나라가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금리·고임금·고지가·고물류비 등 높은 요소비용에 따른 고비용 저생산체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따라 시장개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비능률적인 체제의 청산이 시급하다. 정부가 이번에 저금리 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우리의 정책이 그렇듯이 졸속이 우려된다. 이번에는 저금리 정책이 일과성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가능한 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자금시장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은행들이 자기판단과 책임아래 주도적으로 금리인하를 이끌어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또한 금융자율화를 촉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출금리이건 수신금리이건 금리인하가 은행의 수지관계·사업전망·타은행 및 금융기관과의 경합관계 등 경영적 이해득실을 냉철히 따져본 뒤에 취한 조치라기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보고 서둘러 내린 정책적 결정에 따른 인상이 짙다. 은행측은 사실 정부의 금리인상정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르는 것 같다.
은행들은 당초엔 금리를 인하하는 것보다 인상하려고 했다. 선거직전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금리인하 촉구를 받고 인상계획을 돌연 보류내지는 인하로 바꾸려고 했고 그러던차에 재경원과 한은으로부터 각각 은행신탁제도 개편안과 지준율인하조치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정도 내리게 된 것이고 대출금리가 내림에 따라 수신금리도 은행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0.3%포인트에서 0.5%포인트까지 인하됐다.
현재의 예·대금리인하를 갖고 저금리시대 운운하기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물론 자금의 수요·공급여건으로 봐 지금이 과거 어느때보다 저금리체제를 유도하기에 유리한 것같은 것은 사실이다. 모처럼 자금시장이 공급자시장에서 구매자시장으로 바뀌었다. 실세금리가 거의 한자릿수로 인하됐다. 대변화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가 활성화, 자금수요가 증대할 때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정부의 「은행신탁상품죽이기 조치」가 자금의 제2금융권 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시해야 한다. 은행의 경영압박이 심화되면 금리인하를 지속할 수 없다. 지준율인하의 효과도 또한 변수다. 저금리정책의 실효를 언급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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